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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톤즈(deftones) : 1995 ~ 2010(2)

trex 2010. 6. 29. 08:52

데프톤즈의 신보 『Diamond Eyes』의 발매에 즈음하여, 평소에 맘 먹었던 일 하나를 실천하려 한다. 그들의 데뷔작 『Adrenaline』(95)를 위시하여 신작 『Diamond Eyes』까지의 길을 이 참에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오늘이 두 번째이자 벌써 마지막 시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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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tones』(Meverick / 2003 발매)

밴드의 앞날과 이어질 날들 모두를 바꿔버린 걸작 『White Pony』 이후 밴드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보통 한 밴드에게 있어 중요한 앨범이 발매되면 그 이후의 행보는 대개는 둘 중 하나이다. 더 멋지게 해보이거나, 전작의 주박에 묶이거나. 장미와 해골이 근사하게 배치된 밴드 셀프 타이틀 앨범은 『White Pony』 이후답게 지글거림과 미니멀함이 오가는 (예상된)경향성과 그냥 저냥한 호응으로 제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미려하기 그지없는 대표 넘버 「Minerva」등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데프톤즈가 이 정도에서 멈추는구나하는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 곳곳에 있다. 날카롭게 찔러대는 헤비니스와 수중에서 부글대는 듯한 일렉음의 긴장감이 바톤을 주고받는 「When Girls Telephone Boys」는 이제 이 분야에서 도가 틀려나보다 싶은 기대감도 선사하고, 「Battle Axe」는 선원들을 유혹해댄 사이렌이 실은 여성이 아닌 남성일지도 모른다는 헛된 상상력마저 자극할 정도이긴 하다. 그뿐인가. 「Lucky You」는 데프톤즈를 장르 안에 정의하고 가두려는 사냥꾼들을 내팽개치는 달음박질이다. 『White Pony』 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 『Deftones』는 그 자체로 밴드 자신이 정의내린 정체성의 망치질이다. 혼란 속의 안식 같은 「Anniversary Of An Uninteresting Event」이 주는 따스함은 고맙기까지 하지만 어떤 미흡함의 갈증은 다음 행보를 지켜보게 만들었다.



B-Sides & Rarities』(Meverick / 2005 발매)

정규 앨범이 4장 나온 후 첫 번째 오피셜격의 결산은 단순한 베스트반이 아닌 싱글 B-사이드 넘버와 커버 모음, 주력 넘버 뮤직비디오를 담은 DVD가 동봉된 2 디스크 앨범이었다. 「Change (In The House Of Flies)」같은 넘버의 어쿠스틱 버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Wax And Wane」를 필두로 아연할 정도의 커버 행진은 조금 놀랍다. 평소부터 'The Cure'나 'PJ 하비' 등의 넘버들을 좋아했다는 치노 모레노의 고백이야 있었고, 실제로 ‘샤데이’(「No Ordinary Love」)와 ‘스미스’(「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의 넘버들을 진지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그럴 듯 하다. 점점 광포한 파워보다는 관능성에 좀 더 주력을 띈 그의 최근 보컬 경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데, ‘레너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의 황량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재현하는데 그 천연덕스러움(?)엔 살며시 미소까지 지어진다. 심각하게 생각해 데프톤즈의 앞날을 향방을 점치기엔 턱없는 목록들이고, 한 밴드의 탄생과 세계관을 구성하는데 있어 이런 자양분이 있었음을 실토하는 귀여운 고백의 시간이다. ‘듀란듀란’을 커버한 「The Chauffeur」같은 곡들은 제법 궁금하지 않은가?



Saturday Night Wrist』(Meverick / 2006 발매)

『Saturday Night Wrist』의 목표는 좀더 명확해진 듯 하다. 데프톤즈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헤비니스를 들려주는 밴드가 되고 싶은가 보다. 「Hole In The Earth」는 요동치는 악몽,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색채감을 진하게 남기는 꿈의 트랙이다. 난타하는 베이스와 악몽을 연장하는 건반, 다층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치노의 보컬이 광기라는 목표를 위해 합심하는 듯한 「Rapture」는 『Deftones』가 미처 못다한 일들을 이룬다. 맨슨 친구와 콘 친구가 손잡고 놀던 동산 위의 트랙 같은 「Beware」는 후반부 이후 한없이 두터워지고 확장된다.(그리하여 앞서 거론한 두 친구들을 진작에 따돌린다.) 이리하여 실로 아름다움과 힘을 지닌 (데프톤즈 자신들이 그것을 원했다면)이상적인 균형의 앨범이 탄생되었다. 드림팝 또는 슈게이징의 이쁘장한 내성적인 면모를 빌려온 몇몇 곡들의 캐릭터는 데프톤즈 자체를 훼손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앨범을 빛내준다. 도대체 들으면서 뭘 해얄지 판단이 안 서게 만드는 「u,u,d,d,l,r,l,r,a,b,selct,start」같은 트랙이나 습기에 처졌다 햇볕에 바삭하게 말려주는 기분의「Xerces」같은 트랙이 지나가면, 「Combat」등의 트랙이 이어지는데 예상대로 헤비니스 밴드가 해줄 수 있는 막바지 서비스렸다. 그러다 역시나 마지막 트랙 「Rivierel」은 아련하게 시작한 꿈이 가위가 되는 마무리를 보여준다 . 이제 그 누구도 『Adrenaline』 시절을 떠올리지 못하게 된 셈이다. 얻은 것은 격조요, 잃었다기보다 희석된 것은 강성이었다. 그래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Diamond Eyes』(Reprise / 2010 발매)

...그리고 치쳉의 불운한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애초에 『Eros』라는 타이틀로 준비되었던 앨범 작업은 잠시 보류되었고, 보다 ‘밝고’(?) 힘있는 트랙들이 주조를 이룬(이뤘다는?) 신작이 완성되었다. 공석이 된 베이스 자리는 ‘퀵샌드’(Quicksand)의 Sergio Vega가 맡아주었고, 공개된 곡들은 다행히 우려를 낳진 않았다. 사람들은 심연에 닿으려는 물갈퀴질과 별빛과 조우하는 유영의 몸짓에 가까웠던 선율의 전작 넘버들보다, 다소 직설적인 이번 앨범 대표곡들이 반가운 모양이다.(「Rocket Skates」, 「Diamond Eyes」등) 아무래도 이들 트랙들은 ‘옛날’ 생각을 야기하는 뭔가가 있다. 물론 더 이상 ‘랩코어’를 하지 않는 데프톤즈이고, 경향을 보자면 『Adrenaline』보다는 『Around the Fur』쪽에 가깝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흡족해하는 분위기는 그 자체로 제법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eftones』 계열의 「Prince」, 「SexTape」나 『Saturday Night Wrist』 계열의 「You've Seen the Butcher」, 「Beauty School」로 흐릿하게 양분되는 분위기(또는 이 앨범을 계기로 접점을 이루는 듯한 분위기)는 초반 디스코그래피의 연장이라기보다는 데프톤즈 근간의 확립에 가까운 듯 하다. 물론 『Eros』가 무엇을 담은지 알 노릇은 없지만, 실상 이 앨범과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 지근거리 앨범일거라는 짐작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976-Evil」의 나락같은 공명의 분위기는 이런 짐작을 부추긴다. 한없이 떨어지는 사운드의 심연 아래서 발견하는 것이 빛이던, 어둠이던 그 깊음의 정도까지는 헤아릴 길이 없다. 데프톤즈는 이토록 무섭게 뿌리내렸다.

[끝 : 0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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