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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4 설치 전후의 궁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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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4 설치 전후의 궁상.

trex 2010. 6. 22. 18:42


아이폰 발매를 전후로 나같은 사람들은 핸드폰이라는 물건을 구매하고 사용하는데 있어 '사전 공부' 또는 '사후 공부'를 해야함을 통감했다. 아이폰 사용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몇몇 강좌도 (참여하진 않았지만)남의 일이 아니었고, 되돌아보건대 아이팟이라도 사용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아이튠즈를 어찌 이용했을까 싶을 정도다. 아이폰의 UI가 그것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만치 매력적이다라고 말하는 입장도 있겠지만, 분명히 어떤 계층에게는 이런 변화에 승차하는 것이 부담이자 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애플이 OS 업데이트라는 공지를 내걸었다. iAd 등 어떤 잠재력을 발휘할지 모를 수익모델이 뒤에서 버티고 있는 가운데, 표면상으로는 新 기능이 탑재된 외양을 내세우며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윈도우 환경에서 업데이트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작은 노트북'이라고 일컫어지는 이 물건이 행여 더 덜컹거리고 느려지는게 아닐까 지레 겁부터 나긴 했었다. 이렇게 기계를 모시는 사는 세태 속의 사람들은 애끓는다.


OS 업데이트는 나름 설레이는 일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남자들에게 '군복무'라는 경험으로 충분히 길고도 긴 인고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이 기간 동안 약정에 묶여서 새로운 모델(들)의 발매를 보는 기분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입비를 낸 것이지만 말이다. 허허. 그 기간 안에 이런 신선한 이벤트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으로 인해 UI가 보다 개선되고 맘에 드는 새로운 기능이라도 있다면 작은 쾌재를 부를 일일 것이다.


KT 관계자는 iOS4 설치가 3Gs 모델을 4에 못지 않은 기능 향상을 준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이것은 4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일 것이다. 4 발매전 모델인 3Gs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물격이라고 봐야할까. 무료 업데이트라는 점과 본토와 시차상 차이없는 업데이트라는 점에서 일단은 안도감이 들었다.(지하철 노선도 정보 업데이트 요구가 3개월여만에 먹히던 S전자 모델에서의 경험과는 다른 것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나마도 업데이트된 지하철 정보는 버그 투성이었다.)


업데이트 일주일 전부터 개발자 버전이나 베타 버전이며 거의 완성 버전이나 진배없는 것들이 공개되었고, 미리 설치하는 사람들과 기다리는 사람들/관망하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업데이트 전야(두둥)에는 새벽 몇시에 공개되는 것인가 덧글이 줄을 잇고 IT뉴스와 포럼에선 보다 안전하게 업데이트하는 방안이나 체크 요소 등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간혹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집도, 로봇도, 바퀴없는 자동차도 이렇게 기능 향상을 위해 업데이트 해줘야 하겠구나... 결국 이런 시대에 온건가하는 투덜거림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기상 후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고, '오냐 업데이트 되었다 이거지'하며 넷북을 냅다 켜고 업데이트를 실행하였다. 벌써부터 '업데이트 시간이 10시간 예상이래요 엉엉'하는 고충의 글들과 '아이튠즈를 끄고 다시 실행하세요'라는 팁들이 오갔다. 업데이트라는 행위는 할만한 일이었다. 재부팅까지 도합 40여분 정도? 그동안 봐온 숱한 스크린샷들처럼 내 아이폰 화면도 바뀌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자리가 생기면 시간 쪼개서 졸기도 하건만, 오늘은 폴더 정리하랴 기억나는 새로운 기능도 살펴보았다. 안정되었다 생각되면 캡처샷을 찍어서 트위터에 업데이트 했다. 기쁜 일/블미스러운 일 얼기설기 엮인 온갖 인생사들을 인증하는 세태에서 나는 전혀 자유롭지 못하구나. 슬픈 깨달음이다.


바탕화면 기능은 아주 좋다. 세상 수많은 남자애들은 신세경을 깔고, 아오이 유우를 깔겠지. 폴더 기능은 편리한 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폴더에 뭐가 들어갔는지 잠시 기억이 멈춘다.(폴더명 이름까지 지정이 가능하건만!) 폴더 디자인은 고정되어 있다. 탈옥한 이들은 여전히 우월함을 느낄 듯 하구나. 멀티태스킹 기능은 아직은 갸우뚱이다.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원하는 app들이 늘어나더라도 이 기능 자체가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진 못할 것이다. 그 와중에 OS4에 대응하는 업데이트를 한 app들이 참 이뻐 보인다.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아직 국내 은행권 app들은 실행이 원활하지 않다. 거기 개발단은 배째라인지 불난집 상태가 되었는지 난 알 도리가 없다.


다른 기능들은... 슬슬 알아갈 듯 하다. 당장에 카메라 디지털 줌 기능은 그렇게 유용할 거 같진 않다.(일부 유저들은 이 정도로 일단 만족하겠지만) 어쨌거나 4가 발매되면 3Gs와의 격차는 현저히 벌어질 듯 하다. 마지막 선물은 아주 약간 불안한 감도 있고, 앞으로 차차 보완될 희망도 있을 것이다. OS4는 아이폰을 아이폰 답게 보완한 듯 하다. 여전히 편리하고 조금은 절충되었고, 어떤 것은 한계가 보이지만 사람들을 대략 만족시킨다. 지금까지 경쟁자들을 압도해왔던 아이폰의 특징이 혁신보다 강력한 몇몇 키워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운영체제다. 올해 중반기부터 4의 발매를 전후로 경쟁 기기들의 추격(추격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폰 중심 사고방식임을 인정한다)이 시작되면 내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듯 하다. 애플의 OS 업데이트는 마라톤 경기에서의 생수 제공 같은 것인가.


이렇게 하루의 이벤트는 막이 내렸다. 나는 퇴근길 좀더 아이폰을 살펴보면서도, 머리를 숙이며 DMB를 보거나 인코딩된 영상을 보는 지하철의 군중들과 내가 같은 모습인 것이 옳은 것인가를 되물을 것이다.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가 아닌 슬픈 깨달음과 설레이는 체험의 자본주의 지루박. 아이구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