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인셉션] 또는 드림 씨어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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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또는 드림 씨어터.

trex 2010. 7. 22. 10:48
꿈이라는 소재라는 점에서, 이것이 매체상 객석 예술이라는 점에서 본의 아니게 밴드명 드림 씨어터를 떠올렸다. 올라간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 제공이며, 하단에 달린 영어 주석은 드림 씨어터의 정규 앨범 타이틀들임을 밝힌다.

[Scenes From A Memory]

아내와의 관계, 아내와의 과거, 아내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시간 진행에 따라 살며시 양파 껍질 속을 보여주는 구조라는 점에서 [메멘토]를 연상한게 사실이었다. 이미 저편에 사라진 기억의 조각을 찾아 절름발이 개인 수사를 하는 가이 피어스의 갑갑함과 이 영화 속 디카프리오의 찌푸린 이맛살은 어느정도 겹쳐 보였다.

[Images And Words]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당시보다 더 늘어난 예산과 네다섯겹 껍질의 구조로 [인셉션]을 감싸 안는다. 좀더 야심이 붙었고, 기억이라는 키워드에 평론가들에겐 정신분석학 '옛다 드슈' 떡밥과 관객들에겐 영상 매체의 제한없는 상상력이라는 게임을 선사한다.(설원 장면에서 나는 괜히 [모던 워페어] 게임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었다.)

[Falling Into Infinity]

그로 인해 필요한 부분만 박힌 CG와 여전히 현실의 바삭함을 닮은 리얼리티와 '정직하게' 찍는 액션씬으로 설계된 풍경들이 펼쳐진다. 어떤 것들은 가히 신천지에 가깝고, 어떤 것은 [배트맨 비긴스]를 닮아있다. 설명조에 다소 지치고([인썸니아]의 피로감을 연상하게 한다) 껍질 마다의 사연에 벅참을 동시에 느끼는데, 어느새 종착역에 닿으면 무릎을 친다. 맙소사. 이 영화 사실 중반부부터 내내 클라이막스였다. 아찔하다.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팬들은 조셉 고든 래빗이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들을 얼기설기 묶는 장면에서 귀여움을 참지 못할 것이다. 톰 베린저가 그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음을 알게 되고, 킬리언 머피에겐 역시 어둠이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여전히 배트맨 3번째편에도 허수아비로 나와주길) 앨런 페이지의 토템은 구르지 않았다.

[Awake]

암전. 당신이 생각하는 결말이 무엇인지 엔딩 크레딧의 트랙은 되묻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집요하게 구축한 미로 - 일부는 에셔에 영향을 받은 듯한 - 엔 입구는 있되 출구는... 당신은 저것이 출구하고 생각하는가. 혹시 당신은 미로를 계속 맴도는 것은 아닌가. 당신이 나간 출구 바깥엔 태양이 있었는가. 혹시 그 태양은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마지막에 나왔던 그것이 아닌가. 당신은 옳은가. 옳은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 무시무시한 게임의 질문. 아무래도 한번 더 봐야 겠다. 당장에 오늘 내가 꿀 꿈엔 어떤 억압이 귀환하고 습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