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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동경대부] [파프리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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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동경대부] [파프리카]

trex 2009. 1. 16. 10:31

[하울의 움직이는 성] / 미야자키 하야오

뾰죽한 지붕이 즐비한 유럽 세계관, 하늘을 날아다니는 군함들, 비행의 발걸음, 음흉하고 능청맞은 노파, 그 자체가 마법인 화면들, 물컹거리는 것들의 추격씬 등등... 뭐 영락없는 미야자키 하야오 무비의 총집판이다. 별도의 원작 소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세계관을 지탱하는게 놀라울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인장을 새기고야 만다. 그 안에 들어있는 노동이라는 행위에 대한 긍정성과 반전주의의 문체들, 이 덕분에 로맨스가 설득력없이 덜컹거려도 매료되었다.


[동경대부/도쿄갓파더즈/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 곤 사토시

'아이도루'계를 배경으로 한 섬칫한 핏물 스릴러 [퍼펙트 블루], 일본 영화사 인용 및 다시쓰기였던 [천년여우]에 이은 곤 사토시의 작품 [동경대부]는 굉장히 매끈하고 대중적인 수작이다. 베토벤의 '합창' 4악장이 군데군데 인용되는 가운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안은 아기를 둘러싼 세 노숙자 트리오의 좌충우돌. 아기의 부모를 찾는 과정은 곧 자신들의 가족과 과거라는 현실과 다시 직면하는 고통의 여정이기도 하다. 헐리우드 영화식 매끈함과 일본식 타이밍 개그가 적절히 배합된 본작은 비록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어도 왠지 '크리스마스의 기적' 덕에 관용을 베풀고 흐뭇하게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도시 - 거대한 빌딩과 이민자들의 슬럼가까지 - 와 동시대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듬뿍서린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고.


[파프리카] / 곤 사토시

곤 사토시는 [퍼펙트블루]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 의문의 사건들이 판치는 스릴러의 세계로 귀환한 듯 했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의 간극이 어디까지인가하는 의문을 뱉기도 전에, 이 세계는 물컹거리고 그 영역을 초월하는 제한없는 상상력의 자유로운 놀이터이다.(꿈 - 장자 영화 아니랄까봐 나비들이 여기저기 퍼드득 날아다닌다) 곤 사토시가 이걸 굉장히 즐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데, 후반부는 자신이 속한 일본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근심이 살짝 서려있으면서도 동시에 신나게 파괴하고 뒤틀어버린다. 그 광경은 괴이하게도 [간츠]나 [호문클루스] 같은 작금의 단행본들의 풍경과 겹치는 면들이 있다.

[동경대부]의 경우엔 영화 초반에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의 포스터를 확인할 수 있듯, [파프리카] 역시 영화 후반에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 [동경대부]의 포스터가 나온다. 꽤나 노골적이라서 밉살스럽긴 하되 정말 미워하기는 힘든 귀여운 구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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