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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카페 느와르]

trex 2011. 1. 2. 10:23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강박적으로 찍은 좌우 대칭의 미장센이나, 의도적인 문어체 대사들, 그리고 작정하고 찍은 중노동 롱테이크 장면들이 아니라 서울의 모습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어디든 있던간에 고압적으로 찌를듯이 묵묵히 솟아있는 남산 타워, 그리고 아예 현재와 과거를 잠시간 교차해서 보여주는 청계천의 풍경, 거의 감독의 발언 수준에 육박하는 한국 내의 종교풍 풍경, 2009년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특정 고유명사가 연호되는 장면 등 영화 전체가 제법 정치적으로 보였다. 거기에 더해 동시대 감독들의 작품에 대한 인용(디워, 괴물, 올드보이)은 물론이며, 아예 특정 영화의 인물이 극중 안에 갇혀있다 등장하는 후반부는 아연할 정도. 정성일은 [카페 느와르]를 여러모로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바삭하게 말라있는 상당수의 극중 인물들과 그들이 뱉어내는 장황하게 뱉어내는, 하지만 거의 한 주제에 천착한 대사들, 그리고 온갖 것들이 구겨져 삽입된 교양과 약간의 유희와 코미디들. 버겁기도 하지만 마음엔 남을 듯 하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초월한 새해 벽두의 묘한 심경과 일치했던 영화 선택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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