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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황해]

trex 2011. 1. 16. 14:01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일치감치 자신의 운명을 점지하듯 '개병'에 대해 읇조리는 구남의 나래이션. 그리고 구남은 숲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보고 황망해한다. 자신이 왜 이 지경까지 닿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의 체감,(행복 밀항선, 희망 여인숙...) 그리고 시커멓게 출렁이는 황해에서 운명은 반복된다. 영화에서 남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주요 동인은 하얀 속살을 지닌 여자들에 대한 갈구다. 그 욕망이 일을 지나치게 크게 벌이게 하고, 도륙 당하는 인명을 양산한다. 그 갈구의 욕망이 없는 부운 눈매의 면 선생만이 관조적으로(!) 사람들의 두부를 내리친다. 추격 장면에도 출중했던 감독이었지만, 초조함으로 가득찬 2부는 빼어나다. 그러나 진작에 범인을 밝히며 한 방향으로 충실히 나갔던 [추격자]와 달리, 서로간의 사정과 칼날이 오가는 후반부는 집중력이 마구 분산된다. 서울 안의 조선족이라는 고립된 위치 보다는 범죄자로서의 숙명론이 더욱 강조된 이야기라 아쉬움도 크다. 그럼에도 몇몇 장면이 빛나고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묵직하고 와닿는다. 무엇보다 범죄 괴물이 아닌 사람과 개의 중간에 위치한 이를 연기한 하정우는 유독 빛난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모 방송에서 이 영화의 폭력이 [악마를 보았다] 보다 더 무서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내게 [악마를 보았다]에 나온 여성들에 대한 가차없는, 그리고 역하게 스타일리쉬한 폭력들보다 이 영화의 '개싸움'판 폭력은 한결 견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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