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의 경쟁이 모두 끝났다. 프리쇼 무대 위에서 “반드시 내 제자 중 한 명은 무조건 결승에 올라갈 것”이라 했던 김태원의 장담처럼, ‘김태원과 김태원의 대결’로 압축된 그랜드 파이널 무대에서 시청자들은 연길에서 온 조선족 청년 백청강의 손을 들어줬다. TOP12는 광고를 찍고, 인터뷰에 나서고, 일찌감치 탈락한 참가자들은 벌써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다. 일견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이는 <위대한 탄생>은 오는 9월 시즌 2로 돌아올 예정이다. 하지만 과연 이대로 <위대한 탄생>을 마냥 긍정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이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대한 탄생>은 그 탄생부터 Mnet <슈퍼스타K2>의 후안무치한 카피캣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참가자들의 기량 문제는 생방송 내내 제기되었다. 첫 번째 생방송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후 <위대한 탄생>은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하며 긴장의 끈을 놓쳤다. 운 좋게도 프로그램의 기획과 탄생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전직 기자 땡땡과, 네이버 음악웹진 <음악취향Y>에서 음악 평론을 하고 있는 렉스, 그리고 현업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작곡가이며, 특히 TOP12 중 한 명인 조형우와 함께 밴드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비트와이저가 모여 <위대한 탄생>을 뒤돌아 보는 자리를 가졌다. 과연 우리는 <위대한 탄생>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하면 좋을까. / 땡땡 주
“사람들이 이미 누가 유력 후보라고 낙점한 후부터, 재미를 놓친 채로 예정된 수순으로 갔죠.”
땡땡: 결말부터 이야기하면서 시작하죠. 백청강이 우승을 하면서 끝났습니다. 결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비트: 우승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봐요. "이효리가 아니라 조용필을 뽑는다"라는 제작의도를 생각해본다고 하면, 이 프로그램을 떠나서도 가수로서 자생할 수 있는 사람을 뽑거나, 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 냈어야죠. 생방송 무대에 들어가고 수백명 앞에서 경연을 하는 동안에도, 이 프로그램 자체의 팬이 아닌 이상에야 전혀 주목할 이유가 없는 무대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 점에서 <위대한 탄생>은 정말 처절하게 실패했다고 봅니다. 출연자들 실력 문제도 있었지만, 선곡의 제약도 많았던 탓에 참가자들의 개성이나 장점도 사라졌죠. 원래 목표에서는 많이 벗어난, 거세된 쇼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봅니다.
렉스: 사람들이 이미 누구 누구가 유력 후보라고 낙점한 중반부터는 경쟁이랄까 서바이벌 본연의 재미를 많이 놓친 채로 예정된 수순으로 갔죠. 그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요소라던가 예외적인 변수, 성장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조차도 살리지 못 한 부분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교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Mnet <슈퍼스타K2>의 허각에겐 보는 사람을 들끓게 하는 열혈의 요소가 있었죠. 그게 기획의 승리인지 그가 가진 본연의 가능성의 결과였는지는 몰라도, 실력도 그랬고 우승하고자 하는 절박함도 그랬죠. 그에 비하면 <위대한 탄생>은 "동포 청년의 성공 드라마"가 먼저 우리에게 주입이 되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응원하는 과정이 몇 주가 걸리다 보니까 그 재미가 희석되지 않았나 싶어요. 참 미안하게도 재미가 없었다는 게 안타깝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땡땡: 전 본선 미션들이 아무 의미 없이 배치되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물론 이 점은 <슈퍼스타K2>도 그렇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으니 <위대한 탄생>에만 뭐라 하는 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요. 다음 스테이지로 갔을 때 더 높은 능력치를 요구하는, 계단식 성장의 서사가 없었죠. 이런 공개 오디션들의 경우, "어, 너 1단계 계단 못 올라와? 그럼 넌 탈락, 너 그 다음 단계 올라올 수 있어? 넌 합격" 이런 식으로 미션이 유기성을 지녀야 한다고 보는데, <위대한 탄생>의 미션들은 계단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까요. 첫 미션이었던 '8090 노래 다시 부르기' 다음에 왜 '팝송 미션'이 나왔어야 했는지, 그 다음 미션은 왜 '아이돌 미션'이었는지 설명이 안 되니까요. 참가자들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기엔 적합했을지 몰라도, 그 미션들이 도대체 어떤 로직을 가지고 배치되었는가를 따져보면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심지어 본선 과정에서 발견했었어야 했던 성장의 서사들은 멘토스쿨에서 다 끝났죠. 그러니 별 성장도 없는 본선을 우리가 왜 8주씩이나 보고 있어야 하냐는 거죠. 단계를 나눠서 본선을 치루는 의미를 제작진이 파악을 못 한 거라고 밖에 볼 수 없고, 그게 시즌 1이 본선에 들어서 이슈몰이도 제대로 못 하고 실패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어요.
비트: 팝 무대일 때나 자유주제가 주어졌을 때, 선곡의 면에서 <위대한 탄생>은 참 아쉬웠어요. 방송할 때마다 싱글이 나오는 것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해외의 팝이나 모던 록의 경우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참가자가 원하는 곡들이 커트된 것들도 있을 거라고 봐요. 데이비드 오나 조형우 같은 경우는 “쟤들은 왜 저런 걸 부르고 있어” 싶은 곡들만 걸렸더라고요. 특히나 형우는 가요에 대한 내공이 깊지 않았던 친구라 더 힘들었을 거에요. 그리고 초반에 멘토들에게 참가자들이 폭풍 까임을 당하면서 기가 좀 죽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시작은 그랬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참가자들이 빅네임이 되고 주인공이 되었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 했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참가자들 본연의 장점이나 특기가 끌어 올려진다기 보단, 실력이 향상된 것만큼 개성도 날아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전체 평균을 30점을 받는 대신 국어는 100점 받아오던 애들이, 전체 평균이 50점으로 올라간 대신에 국어도 50점을 받게 된 거 같달까요.
렉스: “전사도 아니고, 수도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고. 뭐지?” 이런 느낌이죠. 힘도 15고, 마법도 15고, 체력도 15인 거 같은. (좌중 폭소) 그 연장선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위대한 캠프 마지막에서 참가자들이 멘토를 고를 때 얼마나 많이 갈등했을까 하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의 목적에는 자기 이름을 알리고, 상금 3억과 자동차를 타는 것 외에도 그 어떤 ‘끈’이라는 것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런 고려가 아니고서는, 서로 상성이 안 맞는 의외의 멘토를 고르는 이해 안 되는 상황들이 생기진 않았을 거고.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해 안 되는 판단들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결국 그게 깎이고 깎이는 과정에서, 작가진이나 멘토의 권유, 참가자들 중의 자신의 위치나 입지 같은 것들의 영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색깔이나 선곡에 대한 판단들을 포기했던 건 아닐까 싶어요. 방송 환경에 내몰리는 상황이라면 그랬을 수 있다고 봐요.
“제작진도 중반쯤엔 굉장히 불안했을 거에요. 김태원의 제자들은 아무도 안 떨어지니까!”
땡땡: 자연스레 주제가 멘토제로 넘어왔네요. 멘토제는 <위대한 탄생>이 내세울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요, 장점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 방금 비트군 지적대로 위험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렉스: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라면 심사위원이고, 스승이라고 하면 스승일 테고, 좀 잔인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이먼 코월의 다섯 가지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웃음) 기술자라고 할 수 있는 방시혁이나, 발라드로 시작해서 모던 팝/록 지향자가 된 신승훈처럼 기술적인 부분을 보는 사람들보다, 예능과 휴머니즘을 합친 김태원의 감성적인 영역이 제일 성공을 했다는 게 그 쇼의 중반을 굉장히 흥미롭게 했죠. 하지만 결국은 - 물론 제작진이 투표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 이태권과 백청강, 손진영의 3파전이 되면서 코어한 음악 팬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한 부정적인 요인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흥미로운 지점이 오히려 쇼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데 적지 않은 몫을 한 거죠. 그래서 시즌 2로 간다고 하면 제작진이 김태원 카드를 놓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함이 들긴 해요. 김윤아를 져 버리면 져 버리지.
땡땡: 지역 예선 때만 해도 방시혁과 이은미가 주목을 받았죠. 기술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짚어 주면서, 심사가 아니라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다시피 했잖아요. 그에 비해 김태원에 대한 사람들의 당시 인상은 그런 거였죠. “뭐야, 오디션인데 왜 ‘비브라토’와 ‘아름다움’ 밖에 이야기 안 해?”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참가자의 팬이 되어야 100원씩 내면서 문자투표에 참여한다는 점을 가장 정확히 이해한 건 김태원이었죠. 문제는 ‘김태원과 외인구단’에 쏠린 무게중심을 바로 잡아 줄 아무런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본선 무대로 넘어 왔다는 겁니다. 혹시 제작진이 김태원의 외인구단 카드가 쇼 전체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것을 보고 안일하게 거기에 온전히 기대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긴, 제작진도 아마 본선 중반쯤 되었을 때 굉장히 불안했을 거에요. 김태원의 제자들은 아무도 안 떨어지니까! (웃음) 손진영이 먼저 떨어지지 않았다면 자칫 김태원의 제자들이 TOP 3를 독점하는 사태가 생겼을 지도 모르죠.
비트: 사실 ‘멘토에 의한 성장’이라는 점에서는 손진영을 빼놓을 수 없다고 봐요. 아니, ‘She’s gone’을 부를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바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요! 사실 성장의 폭만 보자면 가장 컸다고 봐요. 그리고 저는 방시혁에 대해서 별로 좋은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시혁이 해 줬던 얘기들은 굉장히 필요한 얘기였다고 봅니다. 저는 그때 몰랐던 거는 누군가 이렇게 탁 쏴 주지 않으면은 나이 먹어도 모르는 거 같아요. 적어도 노래 부르는 측면에서는. 그리고 노래 쪽은 나쁜 습관이 들면은 그거는 정말 평생 가기 때문에..
땡땡: 방시혁도 인터뷰에서 “그 나이 때는 그렇게 독하게 이야기 안 해 주면은 절대 못 알아 듣는다”고 독설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죠. 그런 부분에서 방시혁의 캐릭터는 분명 방송 초반을 견인했죠.
비트: 사실 까칠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개과천선할 리는 없잖아요. 그런데 예선에서 까칠한 태도를 고수하던 멘토들이 생방송에 넘어 오면서 하나 같이 다 거세됐죠. 사실 무대에서 지적할 점들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사평이 다 “아, 이 무대는 이래서 좋았고 저래서 좋았습니다. 끝.” 이렇게 되어 버렸죠.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부분에서 조금 더 가혹한 면도 필요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가수’를 키우는 걸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런 가혹함이 더욱 필요했겠죠. 시즌 2로 간다고 하면 본선에서의 멘토들의 태도는 좀 더 가혹해져야 한다고 봐요.
렉스: 멘토들도 출연을 결정할 때 분명히 다 각자 뜻이 있었겠죠. 김윤아도 나름의 욕심 없이 나오진 않았을 텐데, 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꺾인 경우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요. 방시혁이나 이은미는 지금 음악판이나 시장에서 받는 평가가 각기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은미가 목소리가 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방시혁은 어떤 의미에선 존재감 자체로 공격 당할 만한 소지도 있고요. 그게 부당하든 아니든 간에, 그런 포지션들이 쇼 안에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게 결국 본선에서는 다들 착하게 변하면서 꺾인 부분이 굉장히 아쉬웠어요.
비트: 개인적으로 이은미의 태도가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김한준이 모이다 밴드의 ‘초콜릿 드라이브’를 부르겠다고 했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 밴드 제가 프로듀스 한 거 알죠? 어디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했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 “어디 한 번 해봐”하는 태도가 결국 끝까지 견지가 안 되더라고요.
땡땡: 김태원-김윤아-이은미-신승훈으로 이어지는 라인의 장르적 근친성도 느슨하게 존재했던 것 같아요. 흑인 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방시혁 뿐이었으니까요. 그 탓에 흑인 음악을 무기로 들고 나왔던 많은 참가자들이 손해를 본 거 같아요. 구제를 해 줄 사람이 기껏 방시혁하고 이은미 둘인데, 그마저도 재즈나 블루스가 아니라 본격적인 댄스나 힙합으로 넘어 가면 방시혁 말곤 기댈 사람이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죠. 그 결과 본선에 갔을 때 장르적으로 좀 심심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멘토와 평가단을 아예 딱 분리를 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땡땡: 훨씬 더 많은 참가자들이 응모한 <슈퍼스타K2>도 14회에서 마무리가 됐는데, <위대한 탄생>은 7개월 간 총 26회를 방영했습니다. 생방송에 비해서 예선과 위대한 캠프, 멘토스쿨로 이어지는 부분은 너무 길었고, 효율적으로 드라마를 잡아주지도 못 했죠.
비트: 사람 숫자를 고려해 보면 멘토스쿨 자체는 4주 정도면 적당했다고 봐요. 차라리 그 앞의 예선 과정을 줄이고 멘토스쿨을 더 길게, 효율적으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멘토스쿨 자체는 조련이 잘 되는 과정이라고 봤거든요. 생방송보다 멘토스쿨이 더 재미있었어요.
렉스: 멘토스쿨은 멘토제를 채용한 <위대한 탄생>의 특징 상 더 강조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배분이 문제였던 셈이죠. 좀 앙칼진 방시혁이라거나 아름다움으로 모든 걸 껴안는 김태원이라든지에 비하면, 그냥 허허실실 모드였던 김윤아 같은 경우는 꼭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처럼 “아, 맞아. 저런 멘토와 저런 애들이 있었지” 수준이었죠. 오히려 멘토스쿨 자체의 기준을 더 상세히 보여준다거나 분량에서 파이를 키울 필요는 있었다고 봐요. 문제는 기대치를 키우는 만큼 본선에서 증명을 했었어야 하는데, 정작 본선에서 증명한 거라고는 “아, 데이비드 오와 방시혁은 궁합이 절대 안 맞는구나”라는 증거를 더 제시한 거랄까요.
비트: 아니, 어떻게 ‘Beat it’을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 (좌중 폭소)
렉스 "온순해진 멘토들의 반응은 한국적인 풍경인 것 같아요."
렉스: 그리고 이은미가 왜 권리세를 뽑았는지 무슨 로스웰 사건처럼 해명도 되지 않고, (좌중 폭소)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처럼 그냥 사라져버렸죠. 전반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후일담을 씁쓸하게 고백하는 쇼가 된 거 같아요. 생방송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면, 결국 첫 생방송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잔혹한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예선 과정에서 쌓아 온 이미지가 있고, 첫 생방송 투표는 그 이미지의 누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멘토들의 반응은, 이런 표현을 쓰긴 싫지만 인정의 측면이랄까, 한국적인 풍경인 거 같아요. 해외의 유사 프로그램들의 경우 멘토가 뭐라 한 마디 하면 뒤에 앉아 있는 청중들이 ‘우우우우’ 하면서 격렬하게 반감을 표시한다거나, 내지는 멘토끼리 각을 세우고 대립하면서 긴장감 있는 구도를 형성하죠. 그런 잔혹함과 긴장감이 도입되기엔 - 방송 시간의 압력 탓인지, 작가 진과 연출진의 자제 촉구 탓인지, 아니면 가수들끼리의 ‘한솥밥’ 마인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런 한국적 풍경에서는 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땡땡: 후반으로 가면서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다 떨어진 후에 야성을 되찾으신 분들도 계셨죠. ‘맨발의 디바’님이시라거나. (좌중 폭소) 방송 시간의 제약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요. 12명의 무대에 대해서 다섯 명의 멘토가 1분씩만 이야기를 해도 60분이니까요. 디테일한 평가보다는 처음 생방송 무대에 오른 제자들을 북돋아 주기도 바빴을 겁니다.
비트: 그래도 결과적으로 까칠했던 멘토들이 갑자기 다 순한 양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생방송 때문에 그런 거라면, 차라리 본선도 녹화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멘토와 평가단을 아예 딱 분리를 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멘토 외에도 별도의 슈퍼바이저나 심사위원이 참여를 하는 거죠. 쇼에 스탠더드를 세워줄 수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tvN <오페라스타 2011>도 멘토들 외에 오로지 심사만을 위해 참여하는 분들이 계셨고, 그 결과도 좋았다고 봐요. 물론 자기 제자들은 투표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도 봐 왔던 것이 있고, 그 점이 냉정한 평가에 영향을 받지 말라는 법도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유영진이 멘토로 참여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땡땡: 시즌 2에도 지금의 멘토들 그대로 가긴 어려울 거 같지 않으세요? 지역 예선에서부터 멘토들이 참여 하기 시작하는 데, 다시 7개월 내내 쇼에 발목이 잡혀야 되는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가수 활동은 어려울 거 같거든요. <슈퍼스타K>는 심사만 하면 되는 데, 이건 제자들을 가르쳐야 되는 쇼니까요.
비트: 저는 다 갈았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김태원은 빠져야 된다고 봐요.
땡땡: 김태원은 남아도 이해할 수 있고 빠져도 이해할 수 있어요. 이미 그는 자신이 이 쇼를 통해서 얻고 싶었던 것은 다 얻었으니까요. 시즌 1의 결말을 봤을 때 쇼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빠지는 게 낫지요. 두 분은 잔류를 시켜보고 싶은 멘토가 좀 있으신가요?
비트: 김윤아가 의욕적이 된다면 잔류를 시켜보고 싶어요.
렉스: 멘토들도 인터넷을 안 할 리 없기 때문에 그 동안 반응을 봤을 거고, 특히 김윤아나 이은미 같은 경우는 적잖이 긁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신승훈 하고 방시혁을 비커에 담아서 섞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신승훈이 가진 포지셔닝의 매력이 썩 괜찮잖아요. 트러블도 없었고, 은근히 자기를 깨려는 시도도 있었죠. 발라드에서 모던 팝, 모던 록으로의 지향성이라든지. 물론 결과적으로는 약간 실패 했지만 그런 건강함이 있죠. 그리고 방시혁이 던진 날카로운 부분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트: 신승훈은 취한 태도 같은 경우도 잘 보듬어주는 이미지였죠. 그러면서도 - 멘토스쿨 때 무척 극대화된 부분인데 -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서라도 얘기할 거는 얘기 해주고요. 방시혁과 다른 포지션이라는 거는 대형 가수로서 해줄 얘기가 있다는 거. 그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보고요. 신승훈이 조금만 더 독해지면 괜찮을 거 같아요.
땡땡: 한국에선 드문 캐릭터지만 거침없이 “18, 네 무대는 X같아” 라고 냉정하게 단언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악동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하늘이나 조PD처럼 “대중이 나한테 욕을 하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자기 세계를 고수하는 사람 말이죠.
비트: 그 점에서는 미국 예선에 참가했던 윤상과 조PD가 굉장히 아쉬웠어요. 그리고 장르에 편중되지 않는 사람들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렉스: 윤상이 참 괜찮은데, 그를 아끼기 때문에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리고 유희열. 윤상이나 유희열을 얘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가진 포지션 중에 하나가 홍대 쪽에도 걸쳐진 인맥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쇼에서 약간 음악적으로 섞어 줄 수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연주든, 편곡이든.
땡땡: 이승환은 어떨까요? 상당히 방대한 장르를 커버한 분이라 장르적 다양성도 짚어줄 수 있고, 훌륭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 쇼를 전혀 견디지도, 즐기지도 못 할 거 같긴 하지만요.
비트: 이승환은 오랫동안 쌓아온 제작자 경험도 있어서 적합한 인물인 거 같기도 해요.
렉스: 김창환은 어떨까요. 물론 21세기 들어서 약간 그 감이 꺾인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90년대에 그가 이뤄낸 이력이 있으니까요.
땡땡: 유영진이 멘토로 참여를 하면 어떨까요? 평이 갈리긴 하지만, 그가 K-Pop의 한 사조를 만들었고 그것을 국제적인 스탠더드까지 끌어올린 대표적인 프로듀서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잖아요. 밸런스 문제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도 하고, 아쉬울 게 없으신 분이라 나오실 이유도 없으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