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슈퍼에이트] 어떤 동문회. 본문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T]를 볼 당시가 국민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던가 그랬다. 친구 어머님이 친구와 함께 나를 극장에 데려가 보여준 기억이 난다. 지방도시라고 극장이 조용하기는커녕 전국이 ET 열풍인지라 앞 자리에 결국 신문지를 깔고 보았다. 당시엔 존 윌리암스고 누구인지도 모르고 웅장한 스코어를 들으며, 날아가는 자전거와 동그란 UFO를 보았다. 눈시울이 뜨겁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만, 이듬해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교 앞에서 ET 모양의 튜브에 쭈쭈바를 넣어팔던 불량식품 목록들은 기억이 난다.
[슈퍼에이트]의 첫 티저 영상이 제일 근사했다. 그땐 소년이나 영화찍는 아이들의 모습 따위 나오지 않았다. 오직 열심히 달려가던 열차가 트럭과 충돌하여 순식간에 박살이 났고, 어떤 화물칸에서 무언가가 쿵쾅거리며 나오려했던 장면으로 재빨리 마무리되었다. 그 정도로 충분히 J.J. 에이브람스 다운 분위기였다. 이어서 들려오는 소식은 작은 마을과 아이들의 8밀리 영화 찍기, 초자연적이고 공포스러운 현상, 군대의 등장, 기적의 조우 등의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실제로 보니 [슈퍼에이트]는 [ET] 관람 세대를 위한 동문회 같은 영화였다.
위에서 바라본 나즈막한 마을의 풍경,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달리는 아이들(이 아이들은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처럼 영화를 찍고, [구니스]의 아이들처럼 팀을 맞춰 어딘가를 몰래 들어가고 어딘가를 탈출한다!), 그리고 빛과 어둠이 선명히 대비되는 극적인 종극까지 이건 영락없는 그 무언가가 아니겠는가. 그 모든게 사실상 예상가능한 수순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어느정도까지 ‘생명체’가 위협적인 존재인지가 문제인데,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교감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아이들의 뜀박질과 탱크의 포격까지 가세하는 후반부 들어서면 조금 할 말이 없어진다.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들을 노출하는 셈인데, 관용을 베풀어서 보자면 피터 잭슨이 [킹콩]을 만들 당시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다만 피터 잭슨이 확실히 재현의 오마쥬였다면, J.J. 에이브람스는 하고 싶은걸 맘대로 하는 어린 아이의 팔딱대는 심장이 분명히 보인다는 점이겠다. 덕분에 마무리 역시 벅찬 뭉클함 보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정도로만 보여 그 부분이 아쉽다. 그런데 무슨 큰 욕심을 내겠는가. 이젠 스필버그도 스필버그 영화 제대로 못 만드는 시대다. [인디아나 존스4]를 보라지.
- J.J 에이브람스가 제작한 [클로버필드]처럼 ‘찍는 행위’가 중요한 영화이다. 물론 [클로버필드]에서 ‘찍는 행위’는 그 영화 자체였지만, [슈퍼에이트]에서 찍는 행위는 스필버그는 물론, 조지 로메로 등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보다 강하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일어서다 쿠키 영상을 본답시고 서있는 멍청한 관객들이 이 영화의 보너스 볼거리.
- 될 수 있으면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보시길. 사운드 면에서 좀 유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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