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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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trex 2011. 11. 2. 10:05


테렌스 멜릭은 첨벙거리는 수면 위에서 하얀 등을 내놓고 수영하는 소년과 청년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테렌스 멜릭의 작품은 [씬 레드 라인] 이후 고작 두번째다. 마른 목소리를 내뱉는 등장인물들의 나래이션과 사람의 몸짓, 햇살과 비, 일랑이는 바람은 여전하다. 다만 그 나래이션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신에게 묻는 질문들로 가득차 있다. 구원이란 것이 있나요. 당신의 가혹함엔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정녕.


거대하게 하늘을 향해 가지를 내린 나무와 대비되는 것은 압도적인 위용으로 묵묵하게 뻗은 빌딩의 육체다. 성공한 건축가로 도시의 드넓은 숲을 무겁게 걷는 남자는 그의 가족들의 일생을 지배한 '동생의 죽음'을 무겁게 회고한다. 형제 일원 중 가장 섬세하고, 예술적 소양이 돋보였던 여린 동생.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을 계속 짓누른 폭군 아버지의 마음에도 늦은 균열이 발생한다. 아니 발생한다라는 단정적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자신할 수 없다. 테렌스 멜릭은 이 가족의 과거사를 충실히 시간 배열하기 보다는, 그들의 생태기를 아름다운 화풍으로 커튼 자락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남자의 과거 시선은 아름답고 세상에 없을 자애로움을 보이는 어머니, 수음을 위한 어떤 여자 아이의 속옷, 세상에 지지 말라고 채찍의 말과 손으로 강요하던 아버지, 동생들과의 달음박질로 오간다.(여기엔 노골적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인 투쟁의 과정이 있다) 그러다 어느새 신성함의 영역인 어떤 해변에 방황길의 안착을 한다. 그리고... [트리 오브 라이프]를 이끄는 것은 '스탠리 큐브릭' 이후 우리가 상실했던 영상의 강제적인 힘, 유영의 감각이다. 어느새 당도한 그곳에서 사람들은 포옹하고 웃고 마음의 화해를 얻는다. 몇가지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고, [씬 레드 라인]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는 아쉬운 순간들도 있다.

트리 오브 라이프
감독 테렌스 맬릭 (2011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숀 펜,제시카 차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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