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12년 아이튠즈 음원 서비스, 국내 도입? 본문
한국에서 ‘아이튠즈’(iTunes)의 이미지는 다종다양한 흐름이 있는 디지털 생태계라기보다는, (윈도우 환경 안에서의)골치아픈 소프트웨어로 인식되어 있다. 일찌기 스티브 잡스는 (당시는 맥 컴퓨터 안에서만 한정적으로)’굽고 믹싱하고 들어라’라는 개념으로 통합과 유희의 즐거움을 아이튠즈 안에서 구현하였다. 그 유희의 대가를 위하여 유수의 음반 회사들과 접촉을 하였고, 음반 시장의 대표급 아티스트들인 U2, 닥터 드레, 윈턴 마샬리스 등과 협상해옴은 아는 이들은 아는 사실일 것이다. 결국 그의 사망 전, 애플은 비틀즈 디지털 음원 제공이라는 오래된 꿈마저 실현시키고야 말았다.
물론 애플만이 공유와 불법복제의 양과 음이 공존하는 디지털 음반시장의 변화 가능성에 발을 담근 것은 아니었다. 워크맨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제조업체이자, 소니 뮤직이라는 음반 시장의 유통채널을 동시에 보유한 소니로서 당시는 안타까운 시절이었다. 이해 차이에 따른 조율이라는 다난한 과정을 거치다 눈꺼풀을 잠시 감고 떠보니 애플의 아이튠즈는 앱스토어라는 디지털 상거래 시장까지 조성한 상태였다. 앞질러도 한참 앞질러버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아이튠즈와 유사한 ZUNE 서비스로 음악과 비디오 등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유통 채널을 만들었지만 인지도는 약하다. 아이튠즈는 앱스토어로 변모하여 게임과 비디오, TV프로그램 등을 배급하고 있으며 이젠 iBooks, iTunesU 등의 파생 서비스 모델은 (미국 현지)교육시장의 모습까지도 변화시키려 한다.
아이튠즈와 작금의 iCloud가 앞으로 보여줄 비전은 앞서 HOOK에 게재된 임형찬님의 글 ( http://hook.hani.co.kr/archives/34181 )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2012년, 상당수 소비자들은 아이패드3 또는 아이폰5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또다른 낭보도 들린다. 아직은 보안과 루머 사이의 일이긴 하지만 애플의 음악 유통사업, 아이튠즈 모델이 한국에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이미 한국의 주요 관계자들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연내에 실현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리셀러 업자들이 애플 기기에 대한 유통망을 쥐고 있어, 공식 애플스토어 하나 없는 한국의 현실에선(관련 서비스가 좋다고 볼 수 없는 엄연한 현실) 나름 귀가 당기는 일이다. 만약에 도입이 된다면 한국이 일본에 이어 아시아 2번째 서비스 국가가 된다고 한다.
모든 이들이 주시하고 우려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정책일 것이다. KPOP 일장춘몽의 시대에 이미 아이튠즈 내에 유통되고 있는 국내 뮤지션 음원들도 있기는 하다.(물론 국내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KPOP 소구층을 위한 음원 등록이라 유추된다) 곡당 0.99달러 ~ 1.29달러 즉 곡당 1,000원을 상회하는 가격이다. 사실상 국내에 아이튠즈 음원 유통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곡당 600원 하한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신에게 소중한 1곡을 보유한다’를 개념한다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를 개발할 당시할 때 중시하던 개념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시장의 소비자 인식과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 P2P를 통한 음원 공유에 익숙하며 문화 컨텐츠에 대해 값진 대가를 하는 것을 주저하는 소비자 인식은 아직도 완강하고, 멜론과 도시락을 위시한 통신사 제공 음원 서비스는 패키지 형태로 음원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현실이다. 이들 사이트들의 곡당 가격이 60원을 오가는 경우까지 있다.(음원 구매를 위한 월정액제는 물론이며, 오프라인 구매 CD 구매시 ‘120곡을 무료로 받으세요’라는 메시지가 있는 쿠폰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월정액 결제을 유도하고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 덕분에 아이튠즈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당장의 효과는커녕, 현실적 타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과연 고객들이 아이튠즈 음원 구매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인가? 아이튠즈의 사업 모델은 30%만 애플이 이익을 취하고 나머지 70%를 음반사와 뮤지션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간 국내에선 값싼 음원료 안에서의 이익 중 그나마 52%를 해당 사이트에 떼준다는 점에서 빈축을 사는 면이 컸다. 아이튠즈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인디 뮤지션들의 디지털 유통망을 근심하던 제작자와 배급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될지도 모른다.(물론 각자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일단 음원 시장 업계 내의 가격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군소 규모 이상의 음반제작자들이 어떤 인식을 가졌을지가 관건이겠다. 게다가 당장에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통신사들과의 선계약 관계 역시 정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대감과 회의가 교차하는 시기에 KT는 최근 한국형 아이튠즈라고 불리는 ‘지니’ 서비스에 대한 런칭을 알렸다. 음반 유통사 KMP홀딩스와의 협업으로, KMP홀딩스가 기존에 유통을 담당한 SM, YG, JYP, 미디어라인, 스타제국 등의 국내 주요 음반기획사의 음원 유통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기존의 월정액제와는 다른, 음악 권리자들에게 수익을 70%까지 지급하는 등 여러모로 아이튠즈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짙다. 의도야 어떻듯 그간의 음원 유통상 보여진 악순환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몇몇 이들이 통감했을 보여준다. 2012년 과연, 아이튠즈 서비스 도입의 원년이 될지 안될지는 알 순 없으나 적어도 KPOP 일장춘몽과 ‘나가수 현상’ 외엔 보이지 않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환경개선에 조금이라도 힘이 실렸음하는 소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자와 업자들만의 이야기가 오가는 시장 분위기 안에서, 뮤지션 당사자들과 소비자들이 은연중 등안시되어 보이는 것은 내 시선의 착각만은 아니리라 본다. [120129]
+ 한겨레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38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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