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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살인 사건. 본문

생각하고뭐라칸다/창의극장

로봇 살인 사건.

trex 2012. 3. 19. 14:32
첫번째 '로봇 살인 사건'의 주인공은 세양일렉트로닉에서 나온 Q49 모델이었다. 세양일렉트로닉은 7월 9일 3번째 펌웨어 업데이트를 공지한 후, 자동으로 실행하고 개선 효과를 고객들에게 공지한 터였다. 사건은 7월 28일 중구 회현동 모처에서 발생하였다. 피해자는 39세 김**씨. 동물보호협회 소속 외엔 일정한 직업이나 수입처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경찰은 덴마크에 거주중인 가족들이 지난 14년간 지속적인 입금을 해줬음을 밝혔다.


세양일렉트로닉은 사건이 펌웨어 업데이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유사한 형태의 오류는 다른 구매자들에게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신속히 밝혔다.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는 Q49 모델의 대수는 총 4,508대. 로봇 부품 하청업체에서 창업 9년만에 독립 모델을 첫 출시한 이래, 세양일렉트로닉으로서는 자신있는 라인업이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최신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Q1023은 물론이거니와, 프리미엄 라인업인 Q49 역시 그들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최초의 '로봇 살인 사건'의 주인공일 뿐이다. 출시 모델은 물론 재고는 일거에 수거되었다.


특별히 로봇을 환불/교환할 생각이 없다는 302명의 고객 외에 나머지 수천대는 현재 과학기술처에서 면밀한 검사를 받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눈에 띄는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프리미엄 모델 답게 음성인식기술이나 운동능력이 상당히 탁월해 사건만 아니었다면 향후 7년간은 사용이 가능했을 듯 하다. 물론 해킹 이력이나 외부 원격에 의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분석도 해봤지만 이 부분 역시 해명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가해자 Q49 모델 보다 피해차 김**씨였다.


사건 현장에서 1차적으로 발견된 것은 어답터선으로 김**씨의 숨통을 끊어놓은 후, 분재를 일정대로 관리하던 Q49였다. Q49는 매뉴얼대로 외부 손님을 우릴 응대했고, 주인이 사정상 부재했음을 밝혔다. 실종신고 후 이틀만이니 최소 16일은 부재중이었던 김씨는 집에 있던 거대한 냉동고 안에서 어답터선으로 목이 감긴 채 발견되었다. 김씨와 더불어 수북하게 쌓인 (노끈으로 감싼)비닐봉지들이 압권이었다. 거기엔 바느질이나 미싱기로 거칠게 붙여진 고양이와 개들의 토막난 사체들이 들어있었다. 머리에서 몸통까지는 개의 부분, 남은 몸통에서 꼬리 부분까지는 고양이의 부분 이런 식이었다. 냉동고에 있던 것들만 해도 38마리의 개와 23마리의 고양이로 추정되었다.


사건이 '첫번째 로봇 살인'이자 '동물가해 범죄자의 사망'으로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동물보호협회 소속이라는 신분 뒤의 김씨는 '고져스키메라닷컴'이라는 계정을 운영중인 '동물가해계의 스타'였다. 그는 생중계보다 편집중계라는 미학을 더 중시했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겔베로스의 고양이]라는 인기 작품은 고양이 3마리의 머리를 골든 리트리버의 몸통에... 덴마크에 있는 가족들은 김씨의 이런 취향에 대한 언급은 회피중이다. 그보다는 그들의 아들이자 형제가 로봇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비명횡사한 것의 슬픔을 더 강조하였고, 대체로 그런 시각을 부각시켜줄 주부잡지의 인터뷰만 응하는 듯 했다. 


이 짧은 보고문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지만 - 다만 나중에 조금 더 문장들을 유연하게 다듬을 참이다 - 흥미로운 살해 당시의 정황을 첨언하겠다. Q49 모델과 홈관리 시스템은 사건 당일까지 부분적인 동기화가 되고 있었다. 이 말은 홈관리 시스템이 김씨의 신변에 어떤 이상이 있다면, 위험을 감지하고 의료처와 경비처에 연락을 취했을 것이다. Q49 모델이 홈관리 시스템과 동기화된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닌 TV스케쥴링, 수온 관리, 런닝머신 로그 관리 등 부수적인 부분들이었다. 그런데 Q49가 김씨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 홈관리 시스템은 어떤 내부 위험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즉 이 말은 Q49가 이 부분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보다 Q49는 살인을 실행하고 김씨를 동물 사체들을 보관해두는 거대한 냉동고에 넣어둔 뒤,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듯이 보이)는 가정용 로봇으로 우릴 맞이하였다. 경비처와 과학기술처가 해킹 가능성을 여전히 우위에 놓는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양일렉트로닉 담당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외부 요인이 Q49를 살인기계로 돌변하게 할 수 있을지는 내겐 의문이 든다. 해당 모델 폐기와 세양 OS 전반의 개선 작업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정작 우리에게 Q49의 로그가 우리에게 진실을 가르쳐줄지는... 다소 난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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