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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 시즌2, 보기에 속쓰리다.

trex 2012. 6. 28. 20:09

+ 웹진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43145


게이트 플라워즈의 앨범 [TIMES]가 최근에 발매되었다. KBS2의 밴드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인 [탑밴드] 시즌1에서 그들의 멘토를 자처한 신대철(시나위. 기타리스트)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작품이다. 신대철은 자신의 밴드 시나위 안에서 헤비메탈과 얼터너티브 락 등을 시도하며 시대와 자신의 취향을 관통하는 것들을 잡기 위해 노력한 뮤지션이었다. 그 탐구의 노력이 게이트 플라워즈라는 이름의 하드락 밴드를 만나 이번에도 성실히 발휘된 듯 하다. 물론 지글거리는 사운드 안에서 만만찮은 발톱을 내세우며 데뷔 EP 앨범을 낸 바 있었던 게이트 플라워즈 자신들의 약진이 제일 인상깊다. 앨범 [TIMES]가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이 만든 인연의 자장력이 만든 결과물로 보일 수도 있다. 시즌 2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KBS2의 [탑밴드]의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다지라고 애써 표현하지만, 솔직히 말해 형편없다.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낮다. 그럼에도 이래저래 회자가 된다. 빛나는 눈빛으로 주시하는 시청층이 있다는 이야기다. 개개의 밴드들을 지지하는 팬층도 있을 것이며, 시즌1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응원하는 기분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공중파에서 좀체 볼 수 없는 밴드들의 결전 한마당을 지켜보는 의의로 흥미롭게 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봐서 시즌1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으로 가려서 보기엔 미흡하고 마땅찮은 구석이 많다. 문제는 그 불만들을 서서히 종식시킬만한 희망(?)의 기미가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밴드 음악의 발굴과 새로운 발견. 적어도 이런 모토를 안고 제작진은 출발하지 않았겠는가. 그 덕분인지 시즌 2는 외적으로는 풍성하다. 시즌 1 보다 오히려 문턱을 낮추고 기성 밴드들에 대한 포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력 10년차는 이상이며, 앨범 4-5장 정도는 발매한 밴드들도 등장하게 되었다. 프리다칼로 같이 자기 색이 확연한 락 밴드는 물론이며, 피아 같은 국내 유수의 락페스티벌 단골 밴드들도 참가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친숙한 이름들 몽니, 데이브레이크, 내귀에도청장치, 타카피, 슈퍼키드, 바닐라 유니티 등등 열거하자면 손가락이 피곤할 정도다. 재발굴이나 재거론은 가능할지 몰라도 의욕과 투지만으로 성장세를 보여주고팠던 아마추어 밴드들이 발 딛기엔 약육강식의 힘든 환경이 되었다. 기성 밴드들의 참여로 인해 본선 진출을 위한 UCC 심사물 제출을 포기했다는 아마추어들의 뒷 이야기도 많았다.



그렇다고 일단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서바이벌 쇼 프로그램의 성격상 밴드들은 식탁에 올라온 메뉴마냥 평가와 점수매기기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애초에 그런 전제가 있었다는 주지의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방송 환경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을 넘는 가혹함이 있기에 밴드들은 심사대 위에서 짧든 길든간에 이력 자체의 자존심이 하루 아침에 허물어지기 일쑤다. 참여 밴드 중 새드 레전드가 본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고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해체와 번복이라는 공지를 올리기까지는 이런 적잖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무엇보다 거미줄처럼 세분화된 락의 하위 장르에 대한 심사 기준으로 연주력과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기준'이라는 잣대는 빈약하기 그지 없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에게나 어울릴법한 각 연주 파트의 솔로 시간 배분을 요구하는 심사위원이나, 멤버 전원이 여성인 밴드에게 '우리나라에 이런 밴드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하는 심사위원이나, '뭔가 말할 순 없지만 느낌이 왔다'고 무속인 같은 멘트를 하는 심사위원이나 방송 특유의 흥미 기조나 편집의 한계일수는 있지만 전문성에서나 신뢰성 면에서나 한숨이 나오는게 사실이다. 심사위원 4명 중 누구도 근간의 락 씬의 조류를 제대로 이해하며 작금의 밴드들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품고 있는 근심이다. 



그럼에도 이 안에서도 스타성을 발휘하는 밴드들은 나오게 마련이다. 실력과 캐릭터를 겸비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거하게 되어있다. 방송 생리상 이는 당연한 일이다. 지금 그 위치를 '장미여관'을 차지한 듯 하다.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써의 소임을 다하려는 [탑밴드] 시즌 2는 자신의 완성도를 과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인기밴드들에 포커스를 맞추는 시도도, 몇몇 이름들의 인간됨과 일상 이야기를 담으려는 '인간극장'풍 편집도 대체로는 시간낭비의 수준에 멈춘다. 아마추어 밴드들의 도전과 실패의 과정을 보여주는 연주 시간만 엄하게 잘라먹는 '웃음과 감동이라는 미명'의 잉여물들이 파편적으로 박혀있다는 인상이다. 물론 모든 밴드들의 연주는 다음날 다음팟(DaumPot) 서비스에서 전곡 감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제작진들이 대관절 본 방송에서 보여주려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장미여관은 노안이지만 실은 나이어린 밴드다 하하하, 이런 이야기 따위를 전달하기 위해 공중파를 쓰고 있는건가?



가장 치명적인 것은 [탑밴드] 시즌2가 음악 프로그램으로써도 함량 미달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발굴해서 보여주겠다는 밴드의 역량을 시청자들에게 몇 퍼센트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절망적인 음향을 듣고 있자면, 아무리 교양국에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시청자들은 함량 미달의 음향 상태로 방송을 시청하며, 방송 안에서 야야나 프렌지 같은 밴드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음악 성향에 대한 갈등을 야기하는걸 허무하게 구경해야 한다. 어려운 방송 환경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제작진들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는 해보려해도 우리는 어려운 환경 안에서 보다 좋은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던 몇가지 전례들을 알고 있다. [탑밴드]가 밴드 음악이라는 영토를 발굴하여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려 한다면 최소한 이상의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이들 제작진들이 밴드 음악이라는 영역을 선택한 것은 소위 K팝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음악이 아닌 다른 개성있는 부분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그건 1차적으로는 선의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2에 들어서 [탑밴드]는 그 선의만으로 만족하는 게으른 방송으로 보인다. 발굴이나 성장보다는 이슈메이킹에 좀더 주력한 편집, 낡은 심사 기준을 지닌 심사위원 인선을 통한 밴드 음악에 대한 잣대 들이대기,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케이블 서바이벌쇼에서 벤치마킹한 듯한 편집으로 강조하는 인상, 음악 프로그램으로써의 함량 부족 등 숱한 단점이 보이는데 방영 한달이 넘어가는 지금도 그렇게 개선의 단초는 보이지 않는다.



+ 한가지 더 우려하자면, 이들 제작진도 한 매체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쓰인 표현대로 - http://news.heraldm.com/view.php?ud=20120621000842&md=20120621144045_C - '홍대라는 동굴속에서 마니아의 환호를 먹고 안주하면 살아남기 힘들고, 실험과 변신을 통해 매력을 선보이면 생명력을 얻는다.'라는 흐릿한 관념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홍대라는 씬은 동굴이라는 비유가 어울릴만치 음습한 게토가 아니며, 상당수의 밴드들은 그 씬 안에서 안주하지도 않는다. 홍대라는 지정학적 위치 안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고 거기서만 광합섬하는게 한국 밴드 음악의 현재라고 보는 시각은 단견에 불과하다. 음악웹진 웨이브의 최근 의미있는 '각 지역 로컬 음악씬'에 대한 탐방 기사들을 일독해보길 권한다.( http://www.weiv.co.kr/archives/2181 ) 희미한 전망만을 부여잡을 순 없기에 '다른 업'을 병행하며, 음악 전업이라는 미래를 꿈꾸는 수많은 밴드들에게 지금의 '예능 시대'가 별 주문을 다하는 듯 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참 속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