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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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결산] 올해의 앨범들 18장

trex 2012. 12. 29. 13:55

올해도 거르지 않고 개인 결산이다. 매번 목에 뭔가가 턱하니 막히는 기분이 들지만, 그냥 넘어가면 더 불편하다. 체질인 모양이다. 올해도 좋은 앨범들이 많이 나왔다. 빼놓고 정리하자니 도리가 아닌 듯도 싶은데 개인 목록이라는게 이렇다. 편하게 이 앨범이 올해라는 년도를 기억하게 해줄 목록이라고, 내가 적을 수 있는 그런 목록 말이다.



- 국내반, 해외반 각각 10장을 미처 못 채운 9장씩, 총 18장

- 2011.12 ~ 2012.11 발매작

- EP도 포함 / 거론 순서는 순위 아님

- 뮤지션명 / 앨범명 / 발매처(소속사 아님) / 발매년 / 발매월 



올해 초반을 즐겁게 만들어준 글렌 체크을 필두로 소위 문제작인 정태춘/박은옥, 정차식의 음악들 그리고, 올해 중후반 들으며 많이 놀라웠던 퓨어킴, 이이언 등은 특히 좋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따로 9장을 추려 말한다.





회기동단편선 『백년』(자립음악생산조합 / 12.04)

'이상한 목'이 던져주는 매캐한 공격성이 이 앨범을 들었던 초반의 이유였지만, 요샌 '동행'이 주는 어질어질함이 슬프고 좋다. 결국 매캐함이나 어질어질함이나 흡연 구역의 불쾌함과 통하는 면이 있는데, 앨범은 그 불쾌함을 감당하게 만드는 매혹이 있다. 



잠비나이 『차연 Differance』(소니뮤직코리아 / 12.02)

웬만한 헤비니스 앨범들보다 공격적일 땐 시종일관 찔러대는데, 어떨 때는 웬만한 앰비언트들보다 더 가라앉게 만든다. 웬만해서는 자제하지 않고 끝까지 한번 가보는 구성도 좋았다.



3호선버터플라이 『Dreamtalk』(비트볼뮤직 / 12.09)

어떤 의미에선 이들의 앨범 중 가장 듣기에 벽이 낮은 편이었달까. 그럼에도 의중을 알 수 없는 갸우뚱한 태도로 초대하는 '스모우크핫커피리필'부터 '제주바람 20110807'의 자연과 인공 사이의 창호지 뚫린 스튜디오 사운드까지, 3호선 나름의 위상이랄까 그런게 느껴졌다. 물론 득의의 싱글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가슴을 제대로 휘저어 준다. 휘핑 크림마냥 덕지덕지 붙은 하얀 얼룩 꿈들과 일어나보니 가혹하게 기다리는 현실의 말들.





그랜케일 『Disgrace And Victory』(소니뮤직코리아 / 12.08)

목소리를 앞세우는 대신 가타부타 하지 않고 연주의 공력으로 단촐하게 자신들을 소개한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연주의 음악이라는건 방송용 카메라와 심사위원의 점수판 같은게 없는, 쥬얼 케이스 음반 목록들 속에 많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3집』(소니뮤직코리아 / 12.11)

사이키함 보단 이젠 흡입력이 좋은 싱글들이 좀더 늘었고, 제법 뭉클한 순간들이 박혀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곡들을 더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좋다.



9와 숫자들 『유예』(파고뮤직 / 12.11)

전자음 대신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을 소환하는 더욱 낭랑해진 캠퍼스 사운드풍 음악들이 있다. 새침한 투의 가사("떠나버릴 거에요 난 / 따라올 생각 마요")들도 여전하고, 유예와 연체를 말하는 언어의 청춘 코스프레도 미소를 피식 나오게 한다. 이전 앨범보다 곡들이 듣는 내게 흡수력이 더 좋아졌다. 





윤하 『Supersonic』(A&G MODES / 12.07)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에도 불구하고, 몇몇 개별 곡들 가령 'No Limit', 'Driver(feat.박재범)' 등은 삼키기엔 좀 힘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텐데, 무사히 준수하게 귀환해서 다행이다 싶다. 피아노락이니 나가수니 그동안의 묘상한 껌딱지들 사이에서도 말이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고, 여전히 이 목소리 좋다.



메써드 『The Constant』(에볼루션뮤직 / 12.07)

올해의 헤비니스 앨범이다. 전작보다 좀더 날카로운 톤의 보컬, 나아졌다고 말하는 레코딩 사운드, 거기에 여전히 의분(義憤)을 담은 듯한 서슬퍼런 기운들이 있다. 이렇게 기세좋게 뻗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되는 순간, 참으로 아쉬운 멤버 이탈 소식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래저래 강렬하게 기억될 앨범이다.



여러 아티스트 『이야기해주세요』(미러볼뮤직 / 12.08)

한희정이 나즈막하게 입구에서 노래하면, 오지은은 오지은 같이, 시와는 시와 같이, 소히는 소히 같이 부른다. 정말 좋은 것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무게에 안 눌린 채 각자의 장르와 자신됨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주 운운의 이야기로 홍대 근처를 보던 시각이 무색할 정도로, 당연히 이미 이들은 자신만의 음악을 소유하고 있었다. 황보령=Smacksoft와 트램폴린의 노래들이 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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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 있는 앨범들, 특히나 마를린 맨슨의 앨범보다 명백히 아드레날린 몹(Adrenaline Mob) 등의 앨범들이 더 좋았고 즐거웠다. 그래도 여전히 내 시계추는 특정 시간대에 머무른 모양이다. 하! 그래도 마를린 맨슨은 어느 정도 회복세로 들어서는건 사실이다. 물론 '안티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시대로의 영광 회귀는 요원한게 엄연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트위기라도 옆에 있어 다행이랄까.





Marilyn Manson 『Born Villain』(Cooking Vinyl Records / 12.05)

Smashing Pumpkins 『Oceania』(Ma1 / 12.06)

Deftones 『Koi no Yokan』(Reprise / 12.11)



데프톤즈는 여전히 좋지만, 어째 전작과 비슷한 한쌍으로 들리기도 하다. 반면에 스매싱 펌킨스는 전작과 비슷한 한쌍이 아닌, 좀더 나아가고자 했고 그 결과가 나름 결실이 보인 듯 하다. 어차피 '안티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니 '멜랑콜리'니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시대다. 회귀를 꿈꿀 수 없다면, 이런 장수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차이니즈 데모크라시' 정도의 결과물은 아니라 아무튼 천만다행 아닐까.





As I Lay Dying 『Awakened』(Metal Blade / 12.09)

Stone Sour 『The House of Gold and Bones, Vol. 1』(Roadrunner Records / 12.10)

Periphery 『Periphery II』(Century Media / 12.08)





Baroness 『Yellow & Green』(Relapse Records / 12.07)

The Mars Volta 『Noctourniquet』(Warner Bros. / 12.03)

Between the Buried and Me 『The Parallax II: Future Sequence』(Metal Blade / 12.10) 



페리퍼리와 비트윈 더 베리드 앤 미는 표면적으로 단순하게 말하자면 프로그레시브와 메탈코어의 접합물이지만, 각각 다른 - 당연히! - 방향이다. 페리퍼리는 1집에서 좀더 다른 방향으로 뻗는 듯 하고 비트윈 더 베리드 앤 미는 더욱 깊어진다는 인상이다. 페리퍼리는 쾌감의 영역이지만, 비트윈 더 베리드 앤 미는 어질어질한 감상의 영역이 된다고 할까. 이 양쪽 다 좋다. 그리고 이런 차이와 접점들이 여러 음악들을 듣게 만드는 동인이 아닐까 싶다.



마스 볼타는 그 특유의 요란하고 변화무쌍한 실험성이 관성이 되는 위기의 순간에 도래했다. 반면 배로니스는 스토너의 기반에서 프로그레시브함을 마음껏 확장하고 펼친다. 이 차이 역시 이 밴드들의 앞날을 다르게 규정지을 듯 하다. 나야 위기의 쪽이 극복하길 바라고 확장의 쪽이 또다른 방향을 수렴해 더 멋져지길 바라지만, 이 숱한 좋은 음악들 앞에선 당장엔 올해도 감사했다고 인사하며 정리의 습관을 반복한다. 하긴 가뜩이나 멘붕의 시대니, 음악이 중할 수 밖에 없단 말이지.



[1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