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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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커피] 결실이 되어

trex 2013. 3. 5. 14:32

* 웹진 다시(daasi)라는 곳에 3월부터 글을 기고하기로 했습니다. : http://daasi.net/?p=135

하단의 글은 원안이에요. 에디터분이 소타이틀도 달아주고 한 것 등은 여기선 원안 저장의 의미로다 생략^^) 양 쪽의 편집을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하지만 큰 차이가 전혀 없음 ㅎㅎ)




솔직히 처음 시와라는 이름의 음악인이 만든 작업물들을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오지은의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출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지은의 최고작(옅은 웃음) [지은](1집)을 낳은 사운드니에바라서 품질면(!)에서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반면 ‘소문 좋은’ 시와의 유튜브 영상은 볼 새도 없었다. USB 포트에 연결된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신속히 입력한 하루 뒤, 음반이 담긴 배송박스는 신속히 도착하였다.


오지은은 1집 [지은]에서 초반엔 헐벗은 욕망을 드러내다, 옷감 하나둘씩 주워 걸쳐입어 방 한켠에 웅크리는 구성을 취했었다. 시와의 1집 [소요(逍遙)]는 그 방의 밤 사연이 지난 뒤 부챗살마냥 넓어지는 햇살의 존재감과 온기를 주는 노래들의 모음이었다. 프로듀싱을 맡은 오지은이 말했던가. [소요]의 레퍼런스는 [지은]이었다고 한다. 섣부르게 연관짓자면, 서로 대구를 이루는 듯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저런 부분에서 연관보다는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두 음반이었다. 두 음반은 맨발이지만 한 쪽은 차가운 맨바닥을, 다른 한 쪽은 까슬한 풀밭을 걷는 각기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소요]를 시작으로 시와의 음악은 나무 창틀 위의 먼지투성조차도 털보송이 같은 온기로 비춰지게 하는 묘한 설득력을 간직해 왔다. 평일 대낮의 한적함, 새벽녘의 공명, 무엇보다 이런 정서를 응집시키는 시와의 정직한 목소리의 톤. 그것이 2번째 음반 [Down To Earth]에서 더욱 응축되었고 강해졌다. 수록곡 수에서나 외양으로 보자면 단출해졌지만, 이 작품으로 시와의 음악을 확실히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봄소식 보다는 조금 일찍 시와의 ‘플라스틱 주얼 케이스에 담긴 CD 없는 음반’ [시와, 커피]가 발매되었다.


통신사 위주의 수익구조로 인해 인식있는 음악인들의 음원유통 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세태이기도 하고, 시와 자신의 환경과 생태에 대한 다짐 덕에 신작은 현재 일부 한정된 유통망과 이메일을 통한 판매로만 구할 수 있다. 최근 이이는 ‘나무가 필요해’라는 자체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음반을 듣는 방법은 이 링크를 참조하자 : 링크 ) 별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이 사람의 음악을 접하게 될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연을 찾아 간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시와, 커피]엔 총 4곡의 수록곡과 보너스 트랙인 ‘뭔가’를 들을 수 있다. 전작들에도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바로 곁에서 들려주는듯한 현장의 감각을 여전히 중시한 듯 하다. 일종의 테마 넘버 ‘마시의 노래’에선 아코디언 연주(밴드 바드의 박혜리가 세션을 맡았다)가 사연의 곡절을 풍성하게 만들고, 4번째 곡 ‘나는 당신이’는 SNS에서 발견한 구절이 영감의 대상이 되어 가사와 곡이 되었다. 수록곡은 얼마 안되지만 그간 이 음악인은 자연과 타인, 언어들에서 지속적인 영감을 받아온 듯 하다. 이 지면에서 풀어내는 것보다 앨범을 구매해서 PDF 부클릿 노트를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귀촌한 친구 이야기와 아이슬란드 어부 이야기에서 받은 모티브가 어떻게 곡이 되었는지 이런저런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자체 제작 그리고 레이블 사운드니에바에서의 시작과 나무가 필요해에 이르는 여정, 이리하여 시와는 점점 자신만의 목소리와 태도가 강건해지는 음악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녀의 노래 ‘작은 씨’가 영근 열매로 어느새 다가온 셈인가. 반가운 소식이다. 이 다음 행보는 뿌리내리기일지도.


- 시와 [시와,커피] 자체제작/나무가 필요해 | 2013년 2월 발매 -



[그리고, 추천작 하나 더하기]


하동균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겼던걸까라는 구태의연한 문장으로 질문하고픈, 하지만 진정 궁금한 사연들. 아무개의 보컬 선생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한 때 코웃음쳤던 당시를 깊이 반성하게 되는 내용물들. 근래 보기 드물게 ‘팍’ 닿았던 음반이다. 소울 창법으로 모던록의 펼쳐진 장막을 울리는데 그게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초반은 굉장히 압도적이고, 후반으로 진행되어도 흘려듣게 곡은 없다. 사람 다시 보게 만드는, 음악 자주 듣게 만드는 흡족한 근작.


- 하동균 [Mark] CJ뮤직 | 2012년 12월 발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