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월간앨범] 루시드 폴 『꽃은 말이 없다』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월간앨범] 루시드 폴 『꽃은 말이 없다』

trex 2013. 11. 9. 22:30

음악취향Y ( http://cafe.naver.com/musicy )의 [월간앨범]은 리뷰 컨텐츠가 아닌, 회원 덧글과 의견을 유도하는 앨범 안내 컨텐츠입니다. 기록 차원에서 여기에 작성본들을 저장.


======================================





첫 곡 「검은 개」는 자신의 집 근처에 마주친 떠돌이 개를 보고 긁적인 메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제 거주지 부근에도 창가에 맑은 울음을 울어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요새는 통 보이지가 않네요. 진기한 존재였지만 내심 그 아이와 제가 가족처럼 묶일 수 밖에 없는 운명만은 아니길 바란 솔직한 심경도 있었습니다. 책임감 없는 인류 중 한명이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요. 아무튼 지금은 어디에 있을지 하며 작은 걱정은 품습니다. 저는 생각을 품는 것에서 멈추지만, 낭만주의자 루시드 폴은 상념을 가사로 풀고 정갈한 곡으로 만듭니다.



서울은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마찰만큼이나 쓸쓸함의 농도가 짙어지는 곳입니다. 이 도시에서의 호흡과 공기를 담아낸다는 욕심을 루시드 폴을 숨기지 않습니다. 많은 빗방울을 감내했던 새들을 보는 축축한 감상을 「검은 개」에서 새겨내고, 앞뜰 정원의 일상도 정밀하게 기록하려 합니다.(「늙은 금잔화에게」) 도시의 비통함과 세계 안의 근심을 담아냈던 전작 중, 특히 『레미제라블』의 광경 보다 이쪽이 보다 더 설득력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일론 기타 등의 찰진 살랑임과 콘트라베이스의 둠둠거림이 있는 곡들 전반의 온도와도 잘 밀착되었구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엔 심지어 빗방울이 고양이 대신 창가를 건드립니다.



여러분에겐 어떻게 들리셨나요? 굳이 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 음반을 만드는 기간 동안 창작자가 몸담은 곳의 풍경을 상기시키는 「꽃은 말이 없다」와 다리저림 같은 지릿한 통증을 안겨주는 「가족」의 가사들이 전 좋았습니다. [131109] 




루시드 폴 『꽃은 말이 없다』 CJ E&M / 2013년 10월 발매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8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