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스페이스 공감 이디오테잎 편 후일담, 또는 이전 글에 대한 첨언. 본문
이디오테잎 공연은 아주 좋았다. Pluto를 위시하여 Melodie, Sunset Strip, Even Floor, Wasted 등의 넘버들은 뺄 곡이 드물었던 정규반의 위력을 보여주었으며 싱글반에 실린 With the Flow 등도 반가운 넘버였다. 생각보다 더 락킹해서 흡족했다. 짜릿짜릿.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음악을 들으며 몰입하는 과정에서 소리없이 흐르던 뒷 편의 영상들이었다.
VJ Parpunk, VJ Sikk, VJ Zizizik 등이 만든 근대화-군인들 도열-5.16-삼풍백화점-성수대교 등의 영상 등이 분간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노래의 댄서블함과 별개로 시각적인 환기를 준 것이다. 귀는 즐거운데 시선은 계속 그 분간없는 영상에 잡혀 유희 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이 가슴 안에 보글거렸다.
며칠전 작성한 내 글 밑에 달린 어떤 덧글은 이이언과 오지은의 음악에서 사회나 정치에 대한 발언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오늘 그들의 공연에서 흐른 음악의 뒷편에 나온 영상 등은 가사가 없음에도 사회나 정치에 대한 입장이나 피력이 맞을까? 그냥 아무것도 아닌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이 점에서 난 사태 이후의 음악인들이 보여줄 - 누군가들은 기대해 마지 않을, 하지만 요원한 - 옛 방식의 거대한 연대나 혁명적 기운(그런게 가능할까? 덧글 단 이는 정감록의 정도령도 아니고 원... 커트 코베인의 부활 비유를 들었다.)보다 이런 방식에 눈이 간다. 공교롭게 서정민갑은 두번째 글을 적었지만 기본적인 입장 변화는 없어 보였다.
물론 그들이 바라는 연대나 컴플레이션, 의식적인 작곡도 가능할 것이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개개별의 움직임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고유의 음악을 들려줄 이도 있을 것이다.(난 전의 입장대로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쇼는 계속되고 있었고, 관객은 들었고 춤을 추었다. 본의 아니게 굉장히 상징적인 광경 안에 나는 포함되었던 셈이다. 도취일수도 있겠지만.
이 근본적인 유희가 애초에 막힌 불미스러운 뷰민라 사태 같은 일들도 있었다. 난 이 부분이 더 문제라고 보고... 음악인들이 보여줄 행보나 선택의 문제는 혁명이니 참여니 분노니 아니면 반대 쪽의 서정이나 순수니 하는 낡은 이분법 분류로는 더이상 설명이 곤란하지 않겠나.
하는게 내 생각의 정리다. 여전히 내 생각이 애초에 전제한대로 낭만론으로 보일 공산이 있겠으나 현실의 복잡하고 다난한 가능성을 염두하는게 의도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향해야 한다는 입장보단 내 쪽 입장이라는건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자율성의 지나침조차도 우려된다는 평자의 글이 있음에도 난 자율성을 긍정해야겠다. 우려라니 당치도 않다.
2014/04/28 - [음악듣고문장나옴] - 세월호 이후, 서정시는 가능한가? - 어떤 논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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