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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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상반기의 다섯 장.

trex 2014. 5. 31. 22:31

- 2013년 12월 1일부터 2013년 5월 31일 발매작까지에서...

- 무순입니다.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8563





해오(Heo) 『Structure』

미러볼뮤직 | 2014년 2월 발매



눈 쌓인 골목길의 아련함 같은 향수 취향의 1집과 달리 2집은 수록곡 「Good Day」의 후반부처럼 때론 어지럽고, 「Luna」처럼 때론 꿈을 꾼다. 바삭 말린 앰비언트의 기운으로 포문을 열고 「Ride the Wave」의 지글지글함으로 이어지면 아연하고 행복해진다. 이 변모와 전환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금기된 것의 매혹과 폭력에 다가서려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류의 국면과 유사하게 보일 것이고, 그저 '성질 나쁜 녀석의 변덕' 쯤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역시 전자이다.






할로우 잰(Hollow Jan) 『Day Off』

도프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발매



1집의 마지막에서 '언.젠.가.다.시.되.돌.아.온.다'라는 울부짖음은 영겁회귀의 넋이 되어 귀환하였다. 이젠 회색빛 낯을 한 죽은 이의 목소리로. 그래서 상승하는 벅참보다는 일종의 제례 의식처럼 감정의 결이 매생이마냥 엉겨붙어, 마음이 축축해지는 음반이 되었다. 1집 보다 훌륭한 음반이냐는 물음표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지만, 줄 세우기의 잣대를 아직은.






언해피 서킷(Unhappy Circuit) 『Just Waiting For A Happy Ending』

제뉴인뮤직 | 2014년 3월 발매



글리치한 사운드와 파시식하는 노이즈 사이에서도 명료한 건반음이 당신의 감수성 안에 끊임없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마치 새로 나온 게임 신작 타이틀 [와치독스(Watchdogs)]의 회상 장면처럼 군데군데 절단되어 있고, 훼손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듣는(보는) 이의 집중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섹스도 있고 멜랑콜리도 있다. 온건한 음악이자 좋은 음악이다.






아이러닉 휴(Ironic Hue) 『For Melting Steel』

미러볼뮤직 | 2014년 3월 발매



초반은 1집의 포스트록의 성향과 어느 정도 선을 긋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해」를 들으며 이 곡을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사는 '과학의 바람'을 말하고 있었지만, 신체 한 쪽에 생체적인 바람이 분다는 기분이 들었다. 표제곡 「For Melting Steel」의 가사 '녹아내리는 사람들'은 마치 이 바닥 위의 모든 사람, 피해 입은 이들/피해 입은 이들의 가족/피해 입은 이들의 지인들/연루자/관망자/그 외 모든 이들을 일컫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주술의 기운은 핑크 플로이드 등이 들려준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의 익숙함에 온 것이기도 했는데, 이것저것 따지는 머리에 망치질이라도 하려는 듯한 「거짓말」의 노기에는 그저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작은사람」이 상기해준 내 입장의 누추함에 이르러선 울컥해지고 말았다. 작은사람'들'의 나라란...






루디스텔로(LudiSTELO) 『Experience』

미러볼뮤직 | 2014년 4월 발매



(언제나처럼 훌륭한) 솔루션즈의 신작도, 프럼 디 에어포트의 음악도 그랬듯이 일렉트로닉과 8, 90년대를 소환해오는 록 기타들의 조합은 언제나 귀를 끈다. (아직도 TV 옐로우를 발매된 그 해의 가장 좋았던 음반으로 기억하는 취향으로선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 만든 이상한 음반'의 레이시오스의 주축이었던 일원들이 돌아왔다는 점에서도 반가웠고, 그때와는 다른 충돌과 합이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공교롭게 「Sunset Of Your Sky」는 예전 생각이 나는 수록곡인데 반해 「Jungle Activity」, 「Edge Of The World」 등은 더 밀어붙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 그외 11, 김아일 등의 음반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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