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폭스 캐처] 본문

영화보고감상정리

[폭스 캐처]

trex 2015. 2. 8. 10:30

한 남자가 있어. 그는 미국의 역사와 맥을 함께하며 자본과 명예의 금맥을 캐온 집안의 후손이지. 그의 사유지는 그야말로 그만의 궁전이야. 하지만 그것으로 완벽하진 않아. 그는 조류학자이자 우표수집가이자 자본가인데, 가문의 영광을 계승할 감투를 더 가지고 싶어해. 그것은 부재한 아버지의 이름, 누군가의 영웅,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인정받을 그 무엇이야. 어머닌 값비싼 말을 사랑하셔.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록들은 집을 장식하고 있지. 남자는 그에 못지 않은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해. 그런 그에게 눈에 띈 것이 레슬링이지.



미국도 1980년대는 묵직하고 음울했나봐. 가난한 자에겐 언제나 그렇듯 더더욱. 남자는 부를 미끼로 미국 레슬링을 건재시킬 아버지의 역할을 자임하고 싶어해. 어머니에겐 넓을 사유지를 뛰어다닐 말들이 있고, 남자에겐 선수에겐 그런 존재였나봐. 소유하고 싶어하고 성장시키고 싶어하고, 자주 강조하지만 어머니에게 인정받을 그런 대상! 가능했을까? 짐작하다시피 쉬운 일이 아니야. 특히나 남자가 자신의 별명이 '이글'이라고 호칭하는걸 보면 더욱 그렇지. 미국의 새, 이글. 선조의 영광을 이어 자신의 왕조가 여전히 미국 정신 아래 굳건하리라 믿는 1980년대의 남자. 순탄할리가.



영화는 눌린 공기와 차분하게 진행되면서, 명확하게 이유를 규명하진 못하지만 파국의 과정을 성실히 묘사해. 어차피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과정과 세부적인 면을 파악할 순 없어. 제한한 단서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적어도 산산조각 나는 남자의 내면 정도는 설득력 있게 묘사해.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의욕적인 호연이 맞물렸다고 봐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에게 설명하기 힘든 비통함도 안겨줘. 효과적이지. 짧은 근현대사 안에서 기를 쓰고 아버지의 역사를 만드려 했던 미국의 비극...이렇게 적으면 쓸데없이 거창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이들이 만나 벌어지는 비극의 묘사만으로도 난 충분했어.





'영화보고감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티51]  (0) 2015.02.09
[토리노의 말]  (0) 2015.02.07
[경주] 2차  (0)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