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120회차 - 곽푸른하늘, 방경호, 황보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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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20회차 - 곽푸른하늘, 방경호, 황보령

trex 2016. 11. 8. 10:12

별점은 고통의 제도 /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곽푸른하늘 「읽히지 않은 책」



클럽 바다비에서 회기동 단편선과의 대접전을 펼쳤던, [홍대 아이유 결정전]의 기억이나, TV 오디션 서바이벌 출연 등으로 인디와 오버 사이의 두부모 써는 멋대로의 경계를 넘나들던 싱어. 이런 그가 내놓은 정규작은 그간 보여준 음악 행보의 올곧은 길을 반영하고 있다. 언뜻 듣기엔 어쿠스틱 기타 든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한정을 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같이 인상적인 가사를 놓치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박정근의 조광사진관의 아트워크로 발매되었던 음반 『밤안개』에 수록된 곡을 다시 불렀는데, 낭랑했던 당시의 목소리는 조금 더 쌉쌀해졌고 편곡은 오밀조밀함에서 필요할 때 들어오는 첼로로 인해 두터워졌다. 장르를 종횡하며 화려함을 수놓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음악인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여 그림자를 드리우며 커지는 음악인도 있을 것이다. 그의 길은 역시나 후자인 듯하다.

★★★





방경호 「Rain」



제이워커 당시부터 모던 헤비록에서부터 일렉트로니카의 몇몇 요소들을 빌려온 다양한 시도들은 방경호 음악의 특징인 듯하다. 14곡이 빼곡히 차있는 근작 정규반을 두고 싱글 하나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이 곡을 닮은 울적함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울적함. 그렇다. 방경호의 보컬은 허스키를 기조로 음울한 습도를 일정 이상 함량한 듯한데, 이 곡 안에서도 눌린 상태에도 그 장기(?)를 발휘한다. 창백한 피아노의 음률과 묵묵히 제 할 일을 가는 어쿠스틱 기타는 쓸쓸한 기분을 부추긴다. 게다가 여기에 얹어진 휘파람은 말할 나위가 없고... 본의 아니게 시즌송이 만들어졌다. 방경호의 관심사와 역량을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나머지 13곡도 감상을 요한다.

★★★




황보령 「Night Sky_저녁 하늘(feat. 아시안 체어샷)」



우리가 새로운 세기라 명했었던 21세기 이후 한국의 음악씬에서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의 성과와 성실함을 보였던 싱어송라이터들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있어 황보령이라는 답안은 꼭 제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도 놓쳐선 곤란한 음악들을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들려주는데, 서던(southern)풍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구성진 연출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아시안 체어샷과의 협연이 '꺾여가는 시간대'를 충실히 묘사한다. 칠흙 같이 어두워지려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짙은 여운과 묘한 회한은 깊이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