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7. 7. 7. 09:31

웹진에서 언니네이발관 해체 비보에 따른 결산 기획을 하자고 제안했다.(내가 했다. 내가!) 그 중 나는 2집에 대해 적었다. [링크]



언니네이발관 『후일담』

- 후일담 In My Audio



“언니네이발관 후일담 in my Audi” - 버벌진트 「My Audi」(2011)

“언니네이발관 후일담 in my Bentley” - 버벌진트 「My Bentley」(2015)


 

버벌진트의 차종이 변경되어도 언니네이발관의 음반은 일종의 불멸이 되었다. 또는 두 곡 사이의 평행 세계 위에 가지런하게 놓였다. 그는 언니네이발관의 이 음반에서 무엇을 포착했고 간직한 것일까. 연애가 주는 감당하기 깊은 씁쓸함의 감각일까 창작하는 이가 실존적으로 껴안는 암흑 같은 고독에 대한 공감일까. 아무튼 『후일담』은 한국대중음악의 역사 안에서 특별히 호명할 자격이 충분한 음반인 듯하다. 그게 꼭 버벌진트가 아니라 밴드의 역사를 따라왔던 나 또는 당신의 입장에 비쳐도 말이다.


 

밴드를 한다는 거짓말로 시작된 밴드의 역사는 무척이나 우발적이었음에도, 결과적으론 역사의 한 장으로 새겨졌다. 그건 꽤 동시대적 광경이었는데, 청년 펑크 폭도들이 등장했고 포스트 록의 태동에 골격이 형성되었고 언니네이발관의 본격적인 첫 기타 팝은 한쪽에서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호명하기 손쉬운 단어로 규정되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에서 모던록이 본격적으로 정말!”이라는 흥분감을 안겨주었다.


 

아무튼 1996년과 1997년 사이, 언니네이발관은 델리스파이스 등과 함께 홍대 인디씬 일군 안의 Invasion 또는 Exposion, Revolution, 그 무엇에 속하는 움직임 안에서 원하든 거부하든 규정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단 몇 년 사이에 이런 기대와 전망에 대한 소멸의 속도는 빨랐고, 두 번째 음반 『후일담』은 마치 소멸의 상징처럼 사람들 속에서 신속히 외면당했다. 이건 온당한 일이었을까.


 

말랑하고 말쑥한 외양에도 비수를 몰래 내재했던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에 비해 두 번째 음반은 밴드로서 원숙해진 연주와 음반 안의 구성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음반 수록 순서대로 꼭 들어줄 것을 이석원이 별도로 주문했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2008)만큼은 아니더라도 2집 안에 박힌 연주곡 「다음 곡은 뭐죠?」, 「ان شاء الله (인샬라)」들은 대중의 호응과 예술적 성취를 노렸던 음악 역사의 전례에 닿고자 한 시도였을 것이다.


 

음반 전체를 단단히 지탱하는 양대 싱글 중 하나인 「어제 만난 슈팅스타」의 그루브한 박진감은 밴드 역사 초기의 전기를 마련했고, 「인생의 별」은 밴드 특유의 말쑥한 감수성이 뜻밖에 안겨주는 드라마틱함으로 깊은 인상을 새겼다. 주노 3000(윤준호 of 델리스파이스)의 베이스가 조력을 담당한 「어제 만난 슈팅스타」의 들썩거림은 지금도 전혀 빛바래지 않았고, 음반 첫 3곡에 승부를 건다는 이석원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생의 별」은 뒤이어 바로 붙은 음반 후반의 「청승고백」와 함께 짙은 여운을 몰며 밴드 특유의 화법을 현재까지도 대변하고 있다.


 

스카의 요소를 도입한 「무명택시」, 훗날 또 하나의 원형이판본을 낳을 「꿈의 팝송」 등은 새삼 거론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음반 안에서 기억되는 곡들이다. 이런 좋은 싱글들의 존재들이 무색할 만치 당시엔 음반이 1집 당시 형성되었던 팬층에도 외면당했고, 밴드의 첫 번째 폐업 선언의 계기가 되었다. 학창 시절 하이텔 메탈동 안의 모임에서 이석원과 모던록 이야기로 첫 연을 맺었던 정대욱(훗날 줄리아하트, 바비빌, 가을방학 등)의 기타 플레이어로서의 확연한 성장세를 음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석원과 정대욱의 결합과 도드라진 반목으로 대변되는 밴드 역사는 음반에 대한 시장의 차가운 반응과 맞물려 여기서 잠시 정지된다. 이석원에게 축복처럼 내려올 이능룡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후일담』은 재발견 된다. 나 같은 사람에겐 밴드 해체라는 엄정한 사실 앞에선 현재 시점 5집과 더불어 중요한 음반이 되었고, 누군가에겐 당대의 온당치 않은 대접에 대한 서운함이 다소 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이석원 본인의 입장에선 ‘중앙의 팝’에 대한 고민의 답변으로 『꿈의 팝송』(2002)을 낸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음악의 역사가 간혹 보여주는 반작용과 변증의 아이러니들, 이토록 얄궂은 일이다,


 

그럼에도 한 명의 청자로서 이 정도 입장은 밝혀도 되지 않을까. “후일담 in my Audio” [170621]






언니네 이발관 2집 - 후일담
음반
아티스트 : 언니네 이발관
출시 : 199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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