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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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62회차 - 글렌체크, 일로와이로

trex 2017. 8. 28. 10:52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글렌체크 「Follow The White Rabbit」

 

「60`s Cardin」을 재현해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없음에도 음악 듣는 사람들이란 이토록 잣대가 엄정하고, 변화에 대해 그다지 열려있지 않다. 제목처럼 소녀 앨리스가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안고 따라간 ‘이상한 세상’의 관문으로 초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펙터를 가한 김준원의 목소리는 울리다가 짓눌리다 변신을 거듭하고, 변덕스러운 곡 안엔 옅은 트립합의 분위기가 낮게 흐르고 어떨 때는 올드스쿨 힙합의 공기와 90년대 테크노의 터치가 벽을 채색한다. 여전히 과거의 질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지만, 매체의 배경음악 역할이자 대중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진 나르시시즘에 봉사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음악인들은 영광을 재현하거나, 탈바꿈을 주문받기도 한다. 그 영광이라는 것이 지금 시점에선 따라야 할 책무감 없이 하잘것없는 것에 가깝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듯하다. 그 선택의 징표다운 결과.

★★★★

 

 



일로와이로 「악몽」

 

곡을 여는 훵키한 터치에 경쾌함을 지속하는 분위기는 전기뱀장어 같은 선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EP 초반부에 자리한 「소금」에 실린 ‘하지말자’라는 가사는 인디 씬의 정서를 하나로 수렴하는 흔한 문구라서 좀 물리려 했다. 올해 들어 이 밴드가 보여준 지속적인 발표 활동의 동력에 이때쯤 좀 궁금해지려 했는데, 후반부 일순 난무하는 스크래치와 메탈 기타의 턴에 웃을 수 있었다. 연계해서 이어지는 곡 「O행성」은 아예 본격적으로 초창기의 Incubus, 씬과 함께 명멸해 간 Crazytown 같은 뉴메탈 밴드들의 목록을 바로 연상시킨다. 이런 정색이라니, 아주 좋은 뻔뻔함이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