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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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69회차 - 그랜케일, 조동희

trex 2017. 10. 30. 10:07

웹진에서 글 씁니다 / 별점은 어렵고 이상한 제도입니다 [링크]




그랜케일 「Treadmill (feat. 드린지오)」

 

『Disgrace And Victory』(2012) 당시에도 그랬지만 음반 커버가 간혹 밴드를 설명하는 경우다. 이번 음반 『Treadmill』 EP에서도 뭔가 단단하게 고색창연함을 부각한 커버 디자인의 분위기는 음악 곳곳에 묻어나 있다. 한국의 밴드 일부는 자신의 로컬과 먹고 자란 자양분의 흔적을 어떻게든 입증하는 방향성을 보이는데, 반면 그랜케일 같은 밴드들의 경우는 원류의 재현에 더욱 힘을 기울인다. 하드록과 루츠록, 블루지한 포크 등의 요소를 이번 음반에선 보다 어쿠스틱 하게 부각하는데, 가히 Alice in Chains의 『MTV Unplugged』 (1996) 음반이 방 안 어딘가에 있던가 하며 뒤적거리게 만든다. 천정식의 보컬이 들려주는 회한서린 질감이 고인이 된 아무개의 기억을 소환하게 하며, 박용진의 12현 어쿠스틱 기타가 들려주는 맑고 울림 있는 연출력은 가히 정수다. 두 남자의 보컬과 연주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일렁이는 이 버전과 음반의 마지막에 실린 단출한 오리지널 버전이 던져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은 직접 경험해 보시길.

★★★1/2



 

 

조동희 「라디오90」

 

녹음용 카세트테이프를 데크 안에 넣고, 라디오 방송 중 내가 좋아하는 곡이 나올라치면 DJ의 장황한 멘트와 광고 음성이 섞이지 않길 노심초사하며 녹음 버튼을 누르던 순간의 기억이 이 웹진에서 내가 초라한 문장이나마 뱉는 원형적 이유일 것이다. 조동희의 이 라디오 연작들은 그 기억을 자극하는데 있어 시대별 음악의 흐름에 맞게 만들어진 분위기를 앞세우는데, 90년대는 편안한 모던록 풍 편곡의 분위기다. 조동희의 보컬은 시대별 개별 연작에 있어 한결같은 결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이고, 가사 역시 차이가 없으므로 회고의 취향과 낭만화에 있어 다소 고답적으로 들리기도 하다. 이건 곡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라디오라는 매체를 받아들이는 글쓴이 본인의 추억과 공감에 있어 느끼는 갭의 탓이 크리라. 보편적이고 대중을 향한 공감이 큰 기획이 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