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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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67회차 - 김재하, 어비스

trex 2017. 10. 2. 14:49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김재하 「The Essential」



한국 음악 시장 안에서 메탈 기타리스트의 솔로 정규반이 대중과의 친화라는 낮은 담벼락 추구로 인해 밍밍함과 씁쓸함을 안겨주던 짧은 대목이 떠오른다. 지금 이 나라 헤비니스 씬 안에서 메써드가 가진 상징성(과 밴드 구성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상기하자면, 김재하의 음악들이 그럴리는 없다고 믿었다. 역시나 공력에 기반한 테크니컬한 속주가 가미된 바로크 메탈풍의 초반 진행과 서문의 끝과 본문의 시작을 알리는 메써드식 비장미, Cacophony식 오리엔탈한(한국이라는 토양에 대한 고민과 흔적?) 서사와 본류의 서사가 교차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에 멈추지 않고 이 곡이 한 음반의 첫 곡이자 음악인 김재하의 이력과 실력을 입증하는 포트폴리오인양 다양한 레이어와 악장을 가지며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력을 더해주는 램넌츠 오브 더 폴른의 이종연의 드러밍은 적절하며, 끝까지 곡이 회고적 취향에만 안주하지 않고 모던할 수 있도록 연출을 지탱하는 김재하의 분투는 기대만큼이다. ★★★★






어비스 「Cut Throat Deep & Clean」



EP 안에서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내재하고 수년 뒤에 회심의 맥을 가지고 정규반을 발표한, 수년 사이의 텀을 가진 밴드의 서사를 좋아한다. 로망 아닐까. 익스트림 씬의 잔향과 추억을 지닌 채 암중모색하던 올드팬과 그루브에 휘감겨 메탈코어와의 열애를 멈추지 않는 뉴스쿨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싱글이다. 밴드의 긴 역사를 생각해보자면 필연적으로 나왔어야 할 물건이거니와 흡족시키기에 안도감을 주는 작품이고, 이제 무대 위의 게스트가 아닌 주인공의 왕좌를 계승해야 할 징표가 될 그 무엇인가다. 삼시세끼 쓰래쉬, 역사 안의 한 챕터였던 뉴메탈, 일관된 메탈헤드로서의 다난한 역사들을 온건히 거쳐온 한 밴드의 고군분투를 증명하는 음반은 여러분들이 올 하반기 안에 놓치지 않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