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172회차 - 김소희, 셔츠보이프랭크, 스칼렛포레스트, 실리카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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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72회차 - 김소희, 셔츠보이프랭크, 스칼렛포레스트, 실리카겔

trex 2017. 11. 20. 10:16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어렵고 이상하죠 (링크)





김소희 「소복소복 (feat. 예지 of 피에스타)」


그가 출연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안에서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준 곡이 바로 「같은 곳에서」(2016)였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낭랑한 곡이 타이틀로 잡혔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의태어를 활용한 계절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제목은 중장기적인 시즌송으로의 야심도 드러나는 것이다. 약간의 낮은 허스키를 숨길 수 없는 김소희의 맑음 지향 보컬은 이런 지향점에 어울리지만, 어쩔 수 없는 곡이 가진 약간의 태만함으로 인해 지루하게 들릴 공산도 커 보인다. 이를 우려한 듯이 배치된 예지의 부분은 이해는 되지만 곡 전체에서 앙상블의 쾌감이나 구성의 재미를 주진 못하고, 관성적인 인상만 남게 한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C.I.V.A, I.B.I 등 울 수도 없고 웃기에도 애매한 산전수전을 겪은 그에게 주어진 흔치 않은 기회임을 알기에 찾고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기획사가 고수하는 안전지향의 분위기상 이미 이런 결과는 예견된 것일지도. ★★






셔츠보이프랭크 「침전의 방 : Sediment Chamber」


허약하고 쇠한 정신의 골조를 지탱하려는 듯한 드럼의 마른 톤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곡을 지배하는 것은 음울하지만 청명한 보컬과 치닫는 후반부의 슈게이징을 대비하며 진행하는 기타지만 말이다. 밴드는 이를 위해 드림 게이징이라는 조어도 만든 모양이지만, 그렇게 설득되어 용어를 활용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굳이 조어를 쓰지 않아도 후반부의 찌르릉거리는 매미 소리의 배치는 애상과 희열의 교차가 주는 아이러니를 충분히 추가로 묘사했고, 밴드가 들려주려는 정조에 신뢰를 씌운 덕이었다. ★★★




스칼렛포레스트 「Reperfection」


곡 전반을 휘감는 젠트와 뉴메탈/얼터메탈로 인해 장르 변이와 융합으로 치달은 메탈코어씬의 한때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한 요즘의 헤비니스 음악이다. 낮게 튜닝한 기타가 조성하는 시종일관 묵직한 분위기와 돌파구를 제시하는 듯한 열락의 기운이 교차하는 뜨거운 구성이 인상을 남긴다. 오랫동안 세상에 등장하기 위해 준비를 기다렸던 목록 중 하나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 한해의 국면을 바꿀 힘은 다소 부치긴 하다. ★★★




실리카겔 「낮잠」


원래부터 키보드를 재미있게 활용했던 밴드의 장점은 여전하다. 곡의 제목에 맞게 나른하고 몽롱한 보컬과 이에 대비되는 – 마치 잠든 이를 깨울 심산인 듯한 – 쨍쨍한 건반음이 던지는 감상은 이 재밌는 것들을 2년가량 못 듣는다는 진한 아쉬움이다. 젊고 영민한 멤버들이 만들어놓은 아이디어와 루프들이 조각처럼 합체하여 이토록 부산스러운 꿈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