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17, 음악취향Y의 선택》 올해의 앨범 : 7위 - 어비스 (Abyss) 『Recrowned』 본문
올해 가장 최전선의 헤비니스였습니다 : 링크
「2001 아끼라 삘라 삘라 뽕」(2000)을 어비스의 첫 장으로 남기는 것이 역사로 온당할지는 모르겠다. 지역 씬의 스래쉬 메탈 카피밴드로 잊혀질 뻔한 밴드가 뉴메탈로의 선회했음을 증명하는 기록을 한 토막 남겼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밴드는 애써 생존해왔고, 보다 뚜렷한 발톱을 드러내는 성향의 「Bull Fight」(2010)를 시작으로 한국 코어씬의 올드스쿨부터 메탈코어로의 흐름 안에서 구심임을 천명한 데뷔 EP 『Enemy Inside』(2015)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2017년 올해 거의 유일한 한국 헤비니스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Recrowned』(2017)에 기어코 닿았다. 스래쉬에서 뉴메탈로의 시간 여행 또는 Slayer에서 출발해 All That Remains, Killswitch Engage 등에 닿는 여로를 증명하는 본작은 단순히 이런 저런 영향력 하에 제출한 ‘메탈코어 리포트’ 같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밴드의 역사를 지탱한 쑈맨의 학살의 피학과 가학을 한데 연출하는 그로울링과 보컬, 문철민과 미카백이 나란히 교차시키는 사악한 리프, 음반을 가득 채운 그루브감을 관장하는 김태형의 드럼은 이미 ‘한국적 페널티’를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Cut Throat Deep & Clean」, 「May Bloody May」, 「34th Street」등 본작의 핵심을 차지하는 트랙들이 보여주는 광경은 한국이라는 정치적 토양과 사회적 바탕이 아니고선 휘갈길 수 없는, 상상력 아닌 현실의 영역일 터이다. 메탈과 올드스쿨 하드코어 사이의 노선에서 핏대 선 이마를 흔들던 이들과 그루브 메탈과 메탈코어가 요동치던 타임라인 안에서 여전히 고집을 고수하는 당신이 뿌듯하게 여길 수 있는 음반이 이렇게 등장했다.
Metallica의 『...And Justice for All』(1988) 커버 안에서 위태하게 훼손되어 가던 정의의 여신은 좁디좁은 21세기 헤비니스 신의 지옥도인 대한민국 안에서 쌍둥이의 외형으로 나란히 균열되어 가는 중이다. 힘겹고 새롭게 열린 길도, 현실적 전망도 결코 긍정하지 않을 영원히 회전할 고통과 쾌락의 길. 그렇게 박동할 음악이다. 「New Era」가 개막했다. [171226]
'음악듣고문장나옴' 카테고리의 다른 글
Single Out : 178회차 - 비나인 (0) | 2018.01.01 |
---|---|
Single Out : 177회차 - 빌리카터, 앗싸 (0) | 2017.12.26 |
Single Out : 176회차 - 데카당 (0) | 2017.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