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17년의 하반기 국내 음반들, 8장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2017년의 하반기 국내 음반들, 8장

trex 2018. 3. 4. 21:19


- 2017년 6월 1일 ~ 2017년 11월 30일 발매작

- EP 및 정규반 무관 / 순위 무관

- 문장 재활용이 상당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7년 상반기 10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승은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3호선버터플라이 『Divided By Zero』 

빛과소음 『Irregular』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도재명 『토성의 영향 아래』 

티에프오 『ㅂㅂ』 

로다운30 『B』 

카프카 『Asura』 

분홍7 『빨강보라의 근원』 



- 이렇게 상반기의 10장을 지난해 7월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10장을 말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좋은 음반은 많았고 사람들이 지지한 음반도 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닿지 않았던 음반에 대해 자신을 속이고 굳이 덧붙여 말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니네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블루보이 / 2017년 06월 발매


연주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모뎀을 통해서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한다는 말로 사람들 앞에 호언장담했던, 밴드의 여명이 ‘라이브 무대 없이’ 은퇴로 마무리되었다. 어찌나 상징적인지. 그래도 난 글 쓰는 이석원보다 음악 하는 이석원이 더 맑고 천연해 보일 때가 있어 더 긍정했다. 물론 그는 치열했을 것이다. 상상 이상으로. 그 흔적이 묻어 있는 음반이라 반론을 선뜻 제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여정 위에 묵묵함을 강요받았을 이능룡의 수훈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디오테잎 (Idiotape) 『Dystopian』 

HIGHGRND | 지니뮤직 / 2017년 06월 발매


사람들이 이디오테잎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어떤 가상의 구도와 형상이 있을진대 그걸 충실히 구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퀄라이저의 들쑥날쑥하게 올라가는 게이지가 바로 가슴을 가격하는 듯한 물리적 타격감, 음반 몰입을 유도하는 초반 공세는 역시나 하는 감탄을 낳는다. (그 역시나의 부분에 대해서 밴드는 2집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던 듯하고) 쉽게 좋아하고 호응해서 밴드가 실은 더 깊숙하게 심어놓은 본심과 의도를 오히려 놓친 게 아닐까 역으로 우려했던 음반이다.




이승열 『요새드림요새』 

플럭서스뮤직 / 2017년 07월 발매


당연히 이승열은 친절하지 않다. 진작에 그런 자리를 스스로 벗어난 사람이다. 게다가 이번 음반에 들어와선 보다 불친절한 경로를 선택한 이들에게 청음을 허락했다. 이것이 폐쇄적인 것일까? 여느 음반이 그랬듯 이승열은 ‘닿고자 하는 절실함’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다. 사이키델릭과 심지어 서프뮤직을 닮은 여흥의 분위기가 배합된 싱글, 성스러움과 블루지함이 섞인 분위기를 연출한 싱글들이 나른하게 ‘그래 이게 음악이지’라는 도취적 만족을 유도한다. 음악 안의 언어 사용과 화법에 유독 귀를 기울이는 이들을 위한 탐나는 문젯거리도 배치되어 있다. 기꺼이 뛰어들어 이승열이 닿고자 하는 길에 동반할만한 그런 음반.




팎 (PAKK) 『살풀이』 

팎 | 미러볼뮤직 / 2017년 08월 발매


작년 2017년엔 이희문이라는 이름의 소리꾼으로 대변되는, 크로스오버 장르 씬의 ‘우리 소리의 사용’과 장르적 자극의 화두가 몇몇 사람들을 주목시킨 바 있다. 팎의 음반 도입부를 여는 ‘우리 소리’는 장르적 자극보다는 반도라는 이름의 지옥도를 재현하고자하는 세 음악인이 빌려온 장치다.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온 요괴들은 인간(됨)의 영역에 침범해 들어와 있고, 음흉한 일들을 자행한다. 이를 묘사하거나 멸하고자 소리 높이는 밴드의 사운드는 포스트록의 광활함에 메탈의 광포함을 뒤섞었다. 해파리소년 김대인이 이끌어낸 새로운 경지.




보이즈 인 더 키친 (Boys in the Kitchen) 『Out Of The Kitchen』 

트리퍼사운드 | 미러볼뮤직 / 2017년 09월 발매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인상적인 음반 아트웍과 뭔가 삐딱선을 탄 듯한 보컬의 톤과 더불어 내내 호감을 가져왔던 밴드인데, 이제 정규반으로 보다 활짝 활개를 펴게 됐다. 로커빌리함이 담긴 흥겨움과 찌릿찌릿하게 요동치는 개러지록은 예의 그들의 장기인데, 그 모습은 좌충우돌하는 펑커도 조금 닮아있다. 작년 상반기는 전국비둘기연합, 하반기는 보이즈 인 더 키친 이렇게 조금 더 주목을 받았다면 좋았을 음반들의 목록으로 기억될 한 해였을지도.




어비스 (Abyss) 『Recrowned』 

어비스 | 미러볼뮤직 / 2017년 09월 발매


「Cut Throat Deep & Clean」, 「May Bloody May」, 「34th Street」등 본작의 핵심을 차지하는 트랙들이 보여주는 광경은 한국이라는 정치적 토양과 사회적 바탕이 아니고선 휘갈길 수 없는, 상상력 아닌 현실의 영역일 터이다. 메탈과 올드스쿨 하드코어 사이의 노선에서 핏대 선 이마를 흔들던 이들과 그루브 메탈과 메탈코어가 요동치던 타임라인 안에서 여전히 고집을 고수하는 당신이 뿌듯하게 여길 수 있는 음반이 이렇게 등장했다.




엔디즈데이즈 (End These Days) 『Ambivalence』 

왓치아웃!레코즈 | 미러볼뮤직 / 2017년 11월 발매


잘 응축된 분노감을 매번 싱글 단위로 파일 압축해제하듯 발표하던 팀이 드디어 정규반을 냈다. 이들 특유의 이모셔널한 멜로딕 하드코어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글로벌 단위로 넓어진 브라더후드의 연대, 한곡 한곡이 보여주는 멜로딕함과 그루브감이 깔끔한 인상을 주고, 밴드가 가지고 있는 깡이랄까. 젊고 성난 노도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김목인 『콜라보 씨의 일일』 

일렉트릭뮤즈 | 워너뮤직코리아 / 2017년 11월 발매


김목인 같은 이들의 존재는 대중음악의 역사가 성실하게 걸어온 이들의 값진 성취로 쌓인 역사임을 입증하는 듯하다. 재즈풍의 도입을 시작으로 명료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세션 연주와 일견 싱겁게 들리는 곡 안의 서사들은 소복소복 좋은 감정으로 청자 안에 쌓인다. 2017년의 음악이자, 당대의 표정을 담은 사적 가치(!)까지 획득한 음반.




==



[추신] 고해성사는 아니고, 하반기 결산을 준비하며 복습을 하다 온당히 대접받아야 했을 ‘상반기에 제대로 된 청음을 놓친 음반의 이름’도 거론해야 마땅하다 생각되어 올립니다. 물리적 형태 음반 2장과 물리적 형태의 음반을 구하는데 있어 조금의 한정된 경로를 이용해야 하는 음반이나 그게 어려웠던 음반 2장의 목록을 올립니다.




혁오 『23』 

HIGHGRND | KT뮤직 / 2017년 5월 발매


마치 음반 재킷의 일러스트 안에 어떤 디테일이 숨어있는지 샅샅이 넘겨보듯 듣게 되는 음반이다. 오늘날의 혁오를 있게 만든 세련된 넘실거림을 넘어, 이번 정규작에선 은연중 현시대의 음악 애호가들 안에 스며든 고전의 흥취가 여기저기 묻어나 있다. 로커빌리와 초기 로큰롤의 낭만성과 거친 질감의 개러지록, 드라마틱한 발라드 넘버까지 두툼한 붓칠처럼 음반 전반에 묻어있다. 상실과 방황을 숨기지 않는 젊은이의 목소리와 회고하는 성숙한 어른의 태도까지 다층적으로 포용한, 이제 완연한 밴드로서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검정치마 『Team Baby (Part.1)』 

HIGHGRND | KT뮤직 / 2017년 5월 발매



--



모하비 『물체주머니』 

오디오로그 / 2017년 3월 발매


시대상과 별개로 그 존재 자체를 요청받기에 세상에 나오는 음반이 있다. 앰비언트라고 불리지만 위키 안의 손쉬운 편의상의 분류를 피하며 모하비라는 이름 자체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의 대표성을 갖게 된다. 그럴 수 있는 음반이 수년의 공백 이후 2017년에 주어져서 참으로 다행이다. 유영하다 기민하게 각을 틀며 움직이는 사운드의 생명체들은 몰링(malling)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소비사회 공간의 확장과 규격화의 틀을 벗어나 쉴 새 없이 교란하고 침투한다. 




헬리비젼 『천천히 힘으로』 

자체제작 | 만선 / 2017년 2월 발매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