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8. 7. 16. 16:15

- 2017년 12월 1일 ~ 2018년 5월 31일 발매작

- EP 및 정규반 무관 / 순위 무관

- 문장 재활용이 아주 많습니다.


==



빌리 카터 (Billy Carter) 『The Green』 & 『The Orange』 

일렉트로뮤즈 | 워너뮤직코리아 / 2017년 12월 발매


빌리 카터는 경력 내내 로커빌리, 컨츄리, 블루지한 로큰롤 등의 장르로 다채롭지만 일관되게 열정적인 무대 매너와 확고한 성취도를 보여주었다. 잠시간의 침묵으로 또 하나의 기대되는 밴드의 행보가 자연 소멸될까 우려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일주일 간격으로 연작 EP를 내놓은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이젠 역으로 그 기획력의 원동을 물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두 개의 연작은 일종의 컨셉과 스토리를 통해 생명의 태동을 비유하는 듯한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일렉음으로 시작해, 서슬 퍼런 온정 없는 분위기로 외면하기 힘든 이슈에 대해 힘겹게 말하는 곡으로 마무리된다. 관계과 무정으로 엉킨 파국의 고민 등이라는 개인의 이슈에서 앞으로는 이를 물고 바깥의 이야기를 내던질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당장의 큰 만족을 말하긴 어렵더라도 밴드의 여정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9 (송재경) 『고고학자』 

오름엔터테인먼트 | 소니뮤직직코리아 / 2018년 1월 발매


솔로로 와도 여전한 것은 간혹 존대로 말하는 가사의 공손함이다. 사려와 조심스러움, 때론 움츠려있음으로도 보이는 그 조심스러운 태도는 여전하다. 이젠 모던록 싱어송라이터의 자리에서 가요로 지평이 확산되어 가는 듯하다. 몇몇 곡들이 가요에 가깝게 들려진다는 것이 이 노래 안의 신파와 질적 하향을 뜻하는 것이냐고. 천만에. 보편적 감정을 캐내는 사람, 장르를 새삼 발굴하는 자, 한국 대중음악 감성계의 고고학자 헨리 존스 2세, 인디아나 존스, 송재경의 빛나는 역할이 여기에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곡들이 관통하고 경유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몇몇 정수와 기시감들이 반갑다. 여담이지만 이런 성취를 투잡의 환경에서 이뤄내는 것에 대한 경의를(눈물).



강아솔 『사랑의 시절』 

일렉트로뮤즈 | 워너뮤직코리아 / 2018년 2월 발매


시간이 지속되어도 퇴색되지 않고 되려 덧칠을 통해 소장되며 훗날 발굴할 소중한 시간, 그래도 눅눅하게 쌓여갈 내음과 먼지로 인해 본의 아니게 변색할 시간. 그 시간들이 쌓여 줄기를 만든 시절을 말하는 목소리로 더없이 차분하고 이상적인 강아솔의 목소리는 개인적인 사유와 더불어 여러 이들의 마음의 외벽을 스미고 지나간다. 하반기에도 오래 남을 그런 목소리와 가사다.



김해원 『바다와나의변화』 

자체제작 / 2018년 3월 발매


포크는 회의주의자들의 음악인지라(지나치게 편견에 치우친 난삽한 시선인가), 세계를 관망하는 가사와 단조롭게 들리지만 길고 깊게 남는 곡들이 포진해 있다. 김해원이 만든 곡들은 대체로 짐짓 음울하게 들리지만, 좋은 포크 음악들이 여태까지 그러했듯 성스러운 경지에까지 닿으려 한다. 음반 부클릿에 담긴 사진과 자연의 배경들이 남기는 여운 또한 감상에 적지 않은 비중으로 플러스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플러그드 클래식 (Plugged Classic) 『Sabai』 

99센츠 | 미러볼뮤직 / 2018년 3월 발매


까슬까슬하다 못해 아주 뻑뻑하게 날 것의 육체로 거리감을 유지하지 않고 접근한다. 그래도 외면하기 힘들다. 전작 EP에서 하드록을 기조로 Nirvana 풍의 그런지까지 오가던 분노는 장막을 젖힌 후 더욱 강력해졌다. 하드코어에 근접한 질감과 스멀거림 안에서도 역동하는 힘을 더욱 헐벗은 채로 노출한다. 새삼 레코딩과 믹싱이라는 매체의 생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되는 대목들.



히피는 집시였다 『연어』 

스톤쉽 | 지니뮤직 / 2018년 4월 발매


이 나지막한 적막들의 순간은 이 음악을 감싸는 장르와 씬의 유사한 음악들과 비교해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섬세한 파장을 그대로 노출하는 보컬과 새벽의 적막 같은 선율은 귀의 감상과 가사의 구독을 동시에 요하게 한다. 



데이 오브 모닝 (Day Of Mourning) 『This Too Will Pass』 

왓치아웃!레코즈 | 미러볼뮤직 / 2018년 4월 발매


잘게 썰린 젠트가 정갈하게 나열하여 줄을 서며 난무한다. Carlos Gurrero의 탁월한 보컬이 클린과 사타닉을 오가듯, 드라마틱한 그루브감과 아르페지오가 교대하는 연주는 곡 내내 변화무쌍하게 탈바꿈한다. 멤버들의 역량과 저력을 염두하면 왠지 라이브 무대 때 100%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 정규반을 통해 확실히 반론을 제기하는 듯하다. 최근 2년여 간의 와치아웃!레코즈의 심상치 않은 행보와 성취를 가장 잘 설명하는 싱글 중 하나. 젠트를 기반으로 한 메탈코어의 융성과 성취에 대해선 하반기 또 하나의 음반이 증명해내고 있으니, 대세라고 할 수 밖에. 이 대세를 아는 사람들만 계속 안다는 사실 밖엔.


 


페퍼톤스 (Peppertones) 『Long Way』 

지니뮤직 / 2018년 5월 발매


'청춘'이라는 테마는 앞날 내다볼 전망 없는 한국 밴드(와 더불어 그 청자들)의 단골 주제어였던 것 같다. 낙천과 낙천으로 위장한 아득함을 대표하던 이 주제어는 페퍼톤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이들에겐 음악적 테마를 넘어서 아예 이 단어를 음악 자체로 구현해온 과정 자체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제 그 단어를 말해온 밴드는 이를 여정과 회고로 화답하고 있다. 이전 음반 몇몇들에선 분명 흡족함을 찾기는 쉽진 않았으나,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이 밴드의 약력과 더불어 이런 일관된 목표 지향성은 결실을 또 한번 맺은 듯하다. 여느 때보다 주먹 쥔 진심이 느껴지는 신재평의 열창(!)과 영원불멸의 이과 선배가 작곡한 밴드 사운드는 유난스러운 소회를 안겨준다. 

 


아시안 체어샷 (Asian Chairshot) 『Ignite』 

웨스트브릿지 / 2018년 5월 발매


아시안체어샷은 희망이었다. 씬의 선배 중 일부는 기대주와 신진들에게 잠비나이와 이들을 모델로 하여 쫓으라 촉구하였다. 그 연유는 흥과 타령, 끓는 소리가 서린 소위 한국적인 무엇과 서구의 개러지/사이키델릭과의 접합이라는 어떤 이상형을 구현한 탓일 것이다. 조금 앞서 등장한 개러지 록 씬의 밴드가 주춤하던 시기였던 이유도 컸을 것이다. 매체에서 타 밴드들보다 올라간 인지도를 가지게 되기도 하였으나, 정작 비단 융단을 깔아줄 밴드 씬의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멤버 교체의 난항은 적지 않은 제동이 되었을 터. 이런 국면들은 만신전(萬神殿)을 연상케 하는 범 아시아적인 음반 아트웍이 주는 어지러움 안에 이식된 듯하다. 이런 '빙글뱅글'한 상황 뒤에도 우리가 아시안체어샷에게서 기대하던 대개의 기대치를 음반은 만족시키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 일부에서 추출되는 흥과 격동의 리듬감, 여전히 진군하는 록 넘버의 구성은 밴드의 건재한 귀환을 보여준다. 굳이 그들에게 칭찬을 구걸한 적 없으나, 그토록 ‘우리 것’ 밝히는 – 그다지 보태준 것도 없는 – 그 양반들을 흥이 나게 할 순간들이 곳곳에 빛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꿈」과 「각성」이 안겨주는 쾌감은 너무나도 직접적이다.



데카당 (decadent) 『decadent』 

웨스트브릿지 / 2018년 5월 발매


블랙 뮤직의 색채를 바탕으로 간혹 프로그레시브/익스페리먼트의 붓칠로 휘젓는 몇몇 장관들. 결산이란 지금까지 올곧게 또는 융통성 있는 변주의 과정을 거치며 생존해 온 이들에게도 주어지겠지만, 이처럼 어디선가 착지한 외계 생명체들에게도 그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이 새 발견에 작은 희열을 느낀다. 


[2018071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