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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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上.下

trex 2009. 4. 20. 11:01

2009/03/12 - [사진찍어그냥올림] - [일년전쟁사] 무사 도착.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上.下
편집부 편저 / 역자 장민성(ZAKURER™)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루크 스카이워커가 오비완 영감에게 "You fought in the Clone Wars?"라고 질문한 덕에 '클론 워즈'는 그만 스타워즈의 프리퀄에서 거대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아마 당시에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은하 전쟁 영화는 고대 신화처럼 속깊은 앞과 뒤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주입하기 위해서 '큰 고려없이' 넣었을 것이다. 그러다 정말 조지 루카스는 훗날 디지털 화장으로 범벅이 된 프리퀄을 만들게 되고, 이에 클론 전쟁과 공화국의 타락이라는 묵직한 이야기는 단순명쾌한 4.5.6 에피소드의 전사(前史)가 된다.


이렇게 '오피셜이 팬픽 쓰고 자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처음엔 단순하고 명쾌하고 소박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스핀 오프니 프리퀄이니 잔가지가 뻗게 되고, 이를 보충설명하기 위해 자꾸만 설정이 추가된다. 그러다 정말 문제가 되는건 각 설정의 아귀가 행복하게 맞지 않는 경우다. 수익성이 끼여드는 일이니 소설이니 게임이니 OVA니 마구마구 뻗어간다. 조립 장난감 파는 일에도 MSV라고 또다른 설정이 끼여든다. 누구는 가볍게 받아들이는 일인데, 또 누구는 굉장히 진지하게 임한다. 만든 역사도 역사다. 그들에겐.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진지해지고 사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일순 진지해진다. 이런.


건담 시리즈의 중요한 설정인 우주세기 0079~0080년 사이만 하더라도 별 일이 다 생겼다. 건담 *호기, *호기 하는 애들이 동시대에 여기저기서 마구 출몰하고 어떤 놈은 부품조립으로 급조해서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놈은 개틀링건을 들고 나온다. 고집스러운 팬들은 설정을 선별해서 받아들인다. 계층이 생기고 우월감이 자리잡고 갈등이 야기된다. 그리고 싸우기도 한다. 정말 문제는 판권을 쥔 제작사 쪽에서도 설정의 가지뻗기를 지금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즉 혼란의 핵은 팬들이 아니라 제작사가 야기한다는 점) 건담 30주년을 즈음해서 나온 발표는 어처구니없게도 '절망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유니콘건담의 애니화 발표였다고 한다.


[일년전쟁사]는 이 혼잡스러운 설정을 '일년전쟁'이라는 키워드와 1년이라는 한정된 기한 안에서 추스리는 몸부림이다. 물론 그나마도 자신이 '완전한 공식'이라고 고집부리지 않는다. 여전히 설정은 벌어진 틈새가 군데군데 나있고, 오히려 '오피셜이 팬픽 쓰고 자빠지'는 광경의 극단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굉장히 정색을 한 태도며, 굉장히 진지한 문체와 외형을 지니고 있다. 그게 되려 웃음을 낳게 한다. 인류가 '겪을지도 모른다는 가상'의 전쟁을 마치 '겪은 양' 정색한 문체로 쓰여졌다. 게다가 이 가상전쟁은 그동안 인류가 '겪어온 전쟁들'의 거울 같다. 군부 정부는 탐욕스럽고, 양쪽 진영은 민중이 아니라 그들의 권익이라는 명분을 사수하기 위해 대량 포화전을 감행한다. 사실 양쪽 진영은 시스템만 다르되 별반 차이없는 몸뚱이를 지녔다. 그리고 양쪽 다 기가 막힌 균형 감각으로 '얼빠진 애들'이 적재적소에 박혀있다.


[일년전쟁사]는 재미있는 책이다. 나같은 몇몇 30대들은 친구가 조립한 '칸담' 프라모델을 부러워하며 친구의 책꽂이에 있는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로 한번도 모니터로 본 적도 없었던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주입했다. 이 책은 그런 유년을 지닌 양반들이 나이를 먹고 새삼 다시 접하는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의 '심화 학습 버전' 같다. 이제는 돈도 벌고 그러니 불법 도서의 추억을 바탕으로 '오피셜'로 심화 학습하라 이거지. 이를 위해 신경 쓴 일러스트들과 디오라마 태가 민망하게 나는 사진들이 깔려있고, 다량의 텍스트가 실컷 즐겨라라고 나온다.


당신의 취향과 취미에 대한 자해 개그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이런 책이 나올때마다 사주면 되는거다. 그럼 그 취향과 취미에 대한 파이가 커지고 시장이 생긴다. 얼굴 이상하게 댕긴 여자 연예인이 프라모델 만드는 설정 보고 '여신' 찬양하는 지랄병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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