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본문

책줄읽고로그남김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trex 2019. 1. 31. 17:36

한참 때 강동 쪽에서 데이트를 자주 했다. 아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공원의 측면으로 돌다 송파구로 빠지는 길 중 하나엔 바로 여성축구 구장 및 연습장 하나가 있었다. 소속된 팀(들)은 있는지 상시 원활히 잘 운영하고 있는 곳인지는 모르나 단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거기서 벌어지는 시합이든 뭔가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간혹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여성축구라는 존재에 대해 가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하나, 그 상징성(?)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장정만은 확실했다.

실제로 그 자신이 프로축구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자는 ‘정작 내겐 필드에 뛰는 축구라는 경험은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축구팀에 덜컥 가입해 버린다. 이것은 호기심과 탐사를 위한 경험치 배양용이 아니다. 실제 즐거움을 얻은 자가 흘리는 그 기록의 조각들의 총합 중 일부다. 관련한 매체에서 연재 형식으로 실린 글들이 한데 모여 유효한 시절 - 언제나 유효한 시절이며, 언제나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 시국 - 에 발간되었다. 왜 하필 축구냐라고 묻고, 무대 위에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뛰는 여성들을 보며 농을 걸고 약 올리고 비웃는 이들이 여전히 이 즐거움을 훼손하고 있음에도 축구는 너무나도 작가에게 재밌었기에.

작가의 문장은 십자인대가 손상이 되어도 재활을 마치고 다시 필드에 서게 만드는 이 즐거움의 정체와 원천을 살리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는 눈도 안 마주칠만치 으르렁대며 싸운 사이도 다시 한 팀의 구성원으로 땀흘리게 만드는 불가해한 매력, 결국 그 매력으로 인해 1 어시스트, 1 득점(자책골...)의 성취를 거둔 소년(이런)만화 풍 서사의 주인공이 된 줄기도 알게 될 것이다. 2018년에 발간된 가장 즐겁고 전염성이 좋은 도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국내도서
저자 : 김혼비
출판 : 민음사 2018.06.08
상세보기


'책줄읽고로그남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개이빨 [족하]  (0) 2019.01.31
잡지에 짧은 글이 실렸어요.  (0) 2019.01.09
앨리슨 벡델 [펀홈 - 가족 희비극]  (2)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