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PS 비타에 대한 서둔, 서툰 작별 인사 본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 : 이하 PS 비타)의 퇴장은 이미 얼마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 게임 시장의 특성상 발매 예정 소식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게임의 한글화 작업 발표다. 이 2가지 조건이 채워지면 해당 기기 소유 유저들의 기쁨이 되고 자연스레 기기의 생명력 역시 연장되게 마련인데,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소식에 대한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요새도 비타로 게임하는 사람도 있냐는 질문은 루리웹 같이 심술궂은 젊은 유저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아냥 중 하나다. 발매하는 타이틀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발매 예정이었던 게임은 결국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PS 비타 발매 계획 대신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 4)로만 단독 발매하겠다는 소식을 들려주고 있다. 당연히 풀이 죽는 것은 기존 유저들이다. 바닐라웨어에서 개발(발매 및 유통은 ATLUS) 중이며 올 연내 프롤로그판을 발매 예정하는 타이틀 [13기병 방위권]은 기존에 홈페이지에 PS 비타 발매 예정 정보를 담았으나, 발매를 앞둔 연말연시 중 계획 철회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장르가 모호한 매력적인 기획과 평소 유려한 그래픽, 아트워크로 정평이 있던 제작사의 타이틀이었던 만큼 기대를 품었던 이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PS 비타 유저들은 알고 있다. 2019년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표면적으로 2017년과 2018년 사이 이 기기를 둘러싼 명백한 하락세의 분위기와 기대 타이틀들의 발매 철회와 발 빼기 분위기 정도는. [회색 도시] 시리즈를 비롯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모바일 타이틀들로 각광받았던 제작가 수일배의 국산 타이틀 신작 [베리드 스타즈]는 2020년 PS 비타 발매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것이 만약 지켜진다면 이야말로 국산 타이틀이 이룬 PS 비타 퇴장기의 가장 기억될 깃발이 될 듯하다. 게임이 보여줄 성패를 떠나 이 타이틀이 획득할 사적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2회 연속 PS 비타를 통해 한글화 작업을 보여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일치감치 ‘V’와 ‘X’에 이은 연작 [슈퍼로봇대전T] 발매를 발표하였으나 PS 비타 쪽은 계획에서 제외되었다. 이 시리즈의 특성상 새로운 타이틀이 발매되어도 근본적인 그래픽 개선이나 기술적 향상은 더딘 것으로 볼 때 개발상의 한계가 아니라 PS 비타를 둘러싼 시장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결국 작년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측은 수석 부사장 오다 히로유키의 입을 빌어 이 기기의 현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 소니 자사 휴대용 게임기 ‘PS 비타’ 일본 내 생산 중단 발표
PS 비타 7년 역사는 이제 황혼기를 넘어 일종의 부고문을 앞두는 듯하다. 애초 이 기기는 PSP(Playstation Portable)의 후속기로 기획되어 개발된 물건이었다. PMP 기기를 연상케 하는 멀티미디어 기능(동영상 재생, 사진과 음악 관리) 지원, 기존 기기인 PSP 게임 타이틀의 다운로드와 하위 호환, 무엇보다 당시 웹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던 네트워크와 소셜 기능 지원 등이 주 골자를 이루고 있으며 그 무엇보다 가정용 게임에서의 유사한 쾌감을 안겨준다는 것이 제작진들 최선의 목표이기도 했다. 애초에 현지 제작진이 목표와 골자로 한 소셜과 네트워크 기능은 한국 서비스 환경의 제한적인 요건과 인식 부족으로 모두 경험을 하긴 힘들었고, 3G 통신 모델은 애초부터 국내에 발매되지 않았다.
대신 게임기 본연으로서의 만족도는 초반에 우세했다. [마인크래프트] 포터블판은 서구 유저들에게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였고, 시간이 지속될수록 이 기기만의 독점적인 만족도를 채우는 [페르소나4 : 더 골드]와 [오딘 스피어 : 레이브스라시르] 같은 일종의 버전 업된 이식 타이틀들이 이룬 성취는 컸다. 유튜브는 PS 비타를 구매했다면 이건 해봐라는 베스트 10, 15, 20 목록 등을 발표했고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같은 타 기종 동시 발매작 들도 비교적 부담을 덜고 싶고, 집안보다는 바깥 활동이 잦는 타깃 유저들에게 잘 먹히곤 했다. 그러던 것이 슬슬 표가 나게 흔들리는 양상이 속속 나타났다. 포터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무게와 쥐기 편한 물리적 장점과 가정용 타이틀에 버금가는 고급 타이틀이라는 명제는 이상적인 합일을 이루기 힘든 근원적인 한계가 있었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우는 ‘당연히’ 극히 드물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3와 4로 덜컹거리되 엑스박스 시리즈의 대항에 맞서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을 무렵, 포터블 쪽을 책임진 PS 비타는 두 갈래로 균열을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옴니아의 실패와 갤럭시의 회생, 서구의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환경의 발전 속도는 한마디로 대단한 것이었으며 현재 삼성 갤럭시의 종주국 한국 게임 생태계에서 모바일과 FPS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이는 적어도 한국 안에선 포터블 시장을 말할 수 있는 수다거리는 거의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또 한편 언제나 경쟁 상대로서 지정학적 위치에 서있는 소니 왕국 자체 역시 닌텐도의 3DS판 [몬스터 헌터 4] 시리즈의 등장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상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포터블 시장의 위상을 버티기엔 소니는 시장 자체를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 소니는 포터블 안에서의 부활이나 반격은 접은 듯하다. 포터블 신형 모델에 대한 루머는 항상 있어왔지만, 경쟁사 닌텐도가 택한 ‘가정용 거치용’과 ‘휴대용’ 기기의 통합형 생태계인 스위치(Switch)를 보면, 소니가 앞으로 택할 전략이 유저가 바라는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선 곤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황혼기 안의 해 저무는 풍경 속의 PS 비타는 크게 3가지의 형태로 연명하고 있다. (1) 플레이스테이션4에 대한 리모트 기능으로 게임 액세서리화 되기 (2) 이 글을 쓰는 본인의 경우처럼 미루고 있는 걸작 타이틀을 마저 엔딩을 보기 위해 플레이하는 본연의 임무 (3) 황혼기-퇴장 시기의 기념의 의미로써의 중고 수집 대상이라 하겠다. (1)은 루머에 앞으로 1,2년 안에 있을 플레이스테이션 신 모델의 발매로 인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2)는 확연히 줄어들 수순을 따르고 있고 (3)은 소수 일부의 기억에 남을 상징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 어차피 모든 기기는 수명을 가지고 있고,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보다 확연해진 기기들의 수명 단축에 따라 은퇴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이다. 그래도 7년까지 버텨준 것이 고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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