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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trex 2019. 2. 14. 21:24

가령 한국이라고 치자. 현대카드 마케팅식의 아이템을 기획한 사람이 전도유망하고 의욕적인 20대의 스타트업 CEO고, 이 사람이 카드 사업과 연계한 신 서비스 런칭을 위해 쇼미더머니 멘토로 출연한 얼간이 중 한 명을 끌여들여 서해 무인도 중 하나에 3,000명이 수용 가능한 아시아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을 하겠다고 발표를 한다고 치자. 일단 예매를 받을 것이고 얼리버드들에겐 더 큰 혜택을 줄 것이고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한 이들에겐 확장된 액티비티와 즐거운 유희, 무엇보다 안정적인 숙소롤 제공할 약속을 하지 않겠는가. EDM, 힙합 등 온갖 장르의 것들이 소환되고 특별한 뮤지션들이 초청되어 이 페스티벌의 흥을 배가시킬 것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수많은 파워 블로거(는 이제 퇴물들이죠), 인스타그래머 등의 SNS의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들의 채널이 붙을 것이고,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들이 붙어 스타 마케팅이 확확 붙을거다. 무엇보다 당장의 이윤창출, 그래 이윤창출은 아니더라도 그놈의 신 서비스 런칭을 위한 후속 기대효과를 위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야지 않겠는가.

그런데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투자비용은 들어오는대로 돈은 쏙쏙 빠져나가고, 지자체/민간/이익단체 등 온갖 것들이 붙어 지갑을 열고 돈을 달라고 하는데 줄 돈은 없고 수많은 수량의 기자재들은 배치될 기미가 안 보이고 얼리버드들을 위해 약속한 제반 환경이 갖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들 모두가 기한이 다가오는데도 기본적인 약속도 못 지킬 품질로 그마저도 미완 상태다. 이러면 관객들에게 멱살 잡히고 맞아죽지 않을까? 현실이 다가온다. 수십, 수백만원 티케팅을 걸고 항공기 편으로 공항에 도착해 방문객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바다와 음악, 인스타그램 인싸질을 즐기러 오는데 어쩌려고 저러는걸까. 그런게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 꿈을 이야기한 사업가와 힙합퍼, 기타 달라붙은 홍보 인력들에게 불행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가장 불행한 것은 이들 뿐일까?

파이어 페스티벌은 이렇게 시작하고 진행되었다. 페스티벌 입장 바로 전날 밤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예약 사이트에서 약속한 평온한 숙소 대신 마련된 텐트 안의 침구류들이 물에 푹 젖고 식사는 빵 조각 안에 들어간 살라미 조각과 치즈 한 장, 그리고 아비규환과 비난... 이어지는 것은 대참사다. 주최자들은 사라지고 헌신한 현지 노동자들에겐 임금 미지급, 회사내 주요 임직원들의 카드로 결제된 수많이 쌓인 빚, 제일 중요한 것은 관련 연루자들의 몽상 같은 안이함이다. 바하마 제도의 코첼라를 꿈꾸고, 악몽 같은 조건 안에서 탄생한 우드스탁 전설의 재림을 꿈꾸던 얼간이 책임자들의 뒤에 남은 변명과 연대 책임 회피는 압권이다. 물론 최악은 이 페스티벌을 처음 기획한 빌 맥팔랜드라는 인물 그 자체. 보석으로 잠시 자유가 되었던 그는 감옥에 가길 두려워했고, 후속 사기(랄까 그냥 불치에 가까운 관종의 연장선일지도)에 연루된 듯하고 최종적으로 현재 6년형을 얻은 ‘벤처 몰락’의 의인화 자체 같은 행보를 보여준다. 너무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아니 그냥 백인쓰레기 참극이라고 해두자.

+ 넷플릭스에서 시청 / 또 한 명의 남자 자 룰은 혐의를 피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