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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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258회 – 김오키, 레드쏘울피버

trex 2019. 7. 22. 13:59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7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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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키 「코타르 증후군」

매해 무시무시할 정도의 생산력을 발휘하는 김오키의 이번 음반은 그의 전작들이 대개 그런 경향이 그렇듯, 앞과 뒤의 곡들의 맥락을 들어야 감상의 공감이 높아진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 후보였던 당시 백현진의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전시를 곡의 형식으로 만든 첫 번째 곡과 송경동의 2017년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의 내용을 곡의 형식으로 만든 세 번째 곡 사이에 놓인 이 연주곡의 위치는 극명하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사람들을 내몰면서 어제의 조문객을 오늘의 자살 사망자로 만드는 (나래이션을 빌자면)‘병신 새끼’ 양산소 한국사회의 풍경과 전 지구적인 착취 구조로 강성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이야기 사이에 ‘자신을 시체라고 믿는 환자‘의 증세를 말하는 것의 상징과 의도는 뚜렷하다. 저물다 못해 푹 익어버린 밤 풍경을 닮은 연주와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공기는 언뜻 감상적으로도 들리지만, 음반 전체의 맥락 안에서는 울적함을 배가하는 장치가 된다. 자유분방함과 돌발, 예측불허의 순간을 선사하는 김오키 일부의 연주와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이런 정연함은 조세희 소설의 제명으로 음반 이력을 시작한 창작자가 품고 있는 비수를 역으로 실감하게 한다. ★★★☆



레드쏘울피버 「롤러장에서 : For The 80’s People」 

레트로는 자신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매체와 결탁해 뉴트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지만 이젠 그 기세조차도 저무는 시점이다. 본작에선 부제를 빌어 그 의도를 대놓고 표현하는데, 이덕화의 방송 멘트와 윤시내의 「D.J에게」(1982)의 가사를 빌어 이들이 재현하고자 하는 그 문제의 80년대를 태연하게 당시의 창법으로 부른다. 음반의 남은 후반부 수록곡들에서 들려준 창법과 대비하자면 이 의도는 선명하다. 전기성의 전례를 생각하자면 그 전례에서 “너희들은 이런 키치한 장치 섞어서 들려주면 재밌어하며 반응하지?”라는 평자와 청자를 겨냥한 조소가 스몄다면, 레드쏘울피버의 경우엔 그 조소 대신 ‘내 뒤에 남는 건 트랙에 새겨진 허무한 롤러 바퀴자국’ 같은 선명한 가사로 촌스러울지언정 진심과 열정을 새긴 당대의 감정을 재현하는데 주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