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8. 24. 15:04

인기 있는 드라마, 소문이 계속 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tVN의 고민은 급기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다는 판단으로 굳혀졌던 모양이다. ‘지정생존자’라는 명칭과 제도 대신 ‘권한대행’이라는 한국적 명칭과 제도로 대체했음에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구 공산권 진영과 중동의 위협에 버금가는 한국만의 국제적 정세와 위협이 버티고 있는 덕이다. 그것은 북의 위협으로 대표되고 초반의 위기를 야기하긴 하지만, 시청자의 예상대로 블럭버스터급 게임 타이틀의 규칙대로 ‘진 보스’가 따로 있는 정황은 점점 실체를 따로 드러낸다.

[24시간]으로 하드 바디 시대의 육체와는 다른 외양으로 ‘화난 백인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준 키퍼 서덜랜드의 화장톤을 조절한 오리지널 [지정생존자]를 대신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물([수])과 한남 물([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에서 다채로운(?) 인상을 뻣뻣함의 일변도로 구현했던 지진희다. 손해보험 광고의 표정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이공계’라는 종특을 가미해 정치에 대해선 모르고, 휴머니즘 심장 뇌를 자주 굴리는 갑톡튀 대선 후보의 위상을 보여준다.

대선 후보 그렇다. [60일 지정생존자]가 그려내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꾸준한 위협과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팔자’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와 시민사회 일부가 껴안고 있는 ‘노무현’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대한 회고이다. 이 회고는 이명박과 박근혜(+ 세월호로 입힌 정신병리) 시대를 거쳐오며 사람들에게 사실상 복수심, 보상심리, 극복 의지 등의 양상으로 흔적처럼 제각각 남아있는데, 극은 이 현실적 패배감을 전임 대통령 김갑수의 테러로 인한 사망과 새로운 인물 지진희의 등장으로 비유처럼 그려낸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상은 무엇입니까?”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극은 보수 성향이 뚜렷하지만 합리주의와 새로운 여성 리더상을 대변할 야당 대표와 강대국 논리를 활용해 눈 앞의 적을 처단할 복수극의 영웅상으로 등장한 초임 국회의원 같은 인물들을 제시하며 빌런도 우상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없는 정치무대 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킹스맨] 등을 연상케하는 헐리우드식 음모의 세계관 놀이와 ‘차별금지법’ 같은 장치와 설정은 작가의 의도야 어떻든간에 양념으로 장식을 가하다 어느새인가 휘리릭 사라진다.

언론 매체와 재벌 논리, 그리고 현실이 삼각형도 아닌 그야말로 엉킨 실타래처럼 엉킨 한국 상황에서 [60일 지정생존자]가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해법이나 청량감을 줄리는 애초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물론 극과 작가는 은연중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어떤 바람을 분명히 갈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유보적이고 그나마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덜 찜찜한 귀결을 향해 달렸고, 여기에 ‘그 밑에 은근히 일본 놈들 탓’도 깔아놓은 채 다음 시즌은 어차피 힘들 결말을 내놓았다.(정작 시즌 2가 필요할 [보좌관]은 1의 시청률 성적이 좋지 않으니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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