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5. 21. 15:14

* 유튜브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안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eipg1EdbeRU


2005년 시리즈의 첫 작품 이후 꾸준하게 '신의 피를 이어받은 태생인데, 신의 영토에 가서 무례하게 온갖 것들 도륙하고 박살 내며 피 튀기는 안티 히어로 크레토스가 나오는 시리즈'인 갓 오브 워가 작년 플레이스테이션 4를 통해 복귀하였다. 이는 시리즈의 2편 메인 디렉터인 코리 발록의 복귀이기도 하며, 그는 다큐의 주된 스토리인 '그는 왜 메타 크리틱 점수 94점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가'의 해당 주인공이기도 하다.
 
놀라운 아이디어와 파급력, 프로모션을 동반한 플랫폼들의 지원 사격을 통해 매해 획기적인 인디 타이틀들을 쏟아내는 게임계이지만 실상 많은 게이머들은 언제나 '근사한 대작'을 기다리는 것이 진실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타이틀들이 영멸 하며, '어쩌자고 이 지경을' 같은 평을 얻는 대작들은 무대 뒤편에 사라지고 한편으로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스매시 히트와 롱런을 현실화할 성공 타이틀, 디렉터와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할 뿌듯한 타이틀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엄연히 누구나 자격 없이 거기에 오를 순 없음도 알고 있을 것이고. 2018년에 넘버링 타이틀 없이 이름 하나로만 발매한 [갓 오브 워]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기록과 성취야 게이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감한다.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은 그것을 해냈다.

이 고난의 기록을 다큐는 2시간 가까이 담고 있다. 시리즈의 역량을 재현하고자 하는 디렉터의 책무감이 있고, 심혈을 기울였으나 좌초한 SF 프로젝트의 후유증을 앓은 제작사의 선택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있지도 않았던 수북한 수염을 달고 등장하며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에서 북유럽 신화로 무대를 옮긴 주인공을 설득시켜야 하는 제작진의 고민이 수북하다. 모션 캡처 연기를 할 성우 겸 연기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작업이 실사물인지 게임 인지도 몰랐고, 완료 D-데이를 앞둔 게임은 버그가 타임 스케줄에 의하면 0여야 하는데 살펴보니 3,000여 개의 버그 투성이 덩어리다. 괜찮을까요?

게임계를 경험한 이들도 알고 게이머들도 여기저기 들어서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버그 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고, 자의적 타의적으로 강요되지 않는 공정상의 크런치 모드가 없는 게임 제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남이 고생하는 과정 구경하는 재미'라는 것도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갓 오브 워 : Raising Kratos]가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주된 정서는 게임 속 주인공 크레토스처럼 '하루아침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의 난처함이다. 

고독한 낭인 인생에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생명이 하나 추가된 사람, 그 생명으로 인해 그 앞과는 다른 인생의 행로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난처함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설명도 힘든 부분이다. 제작의 과정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모션 캡처 배우는 자신의 실제 일상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고, 여성 제작자는 게임업계 안에서 맞벌이로 자신의 경력 관리와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일 사이의 감정을 최대한 숨기려 하지만 눈물만큼은 속이지 못한다.

크레토스와 자신의 건장한 체형과 무자비한 성향과 확연히 대비되는 아이의 천성이 근심스럽고 - 물론 게임의 말미엔 이와 관련한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언젠가는 부계와의 결별과 독립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필연이라는 삶의 여정과 투쟁이 예약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게임 안의 서사가 아니라 결국 우리 개개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삶은 고통이다. 으아아.

디렉터 코리 발록 등을 비롯해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긍심 있는 공정물의 최종 완성을 위해 희생하고 이것이 맞는 것인가 피곤함을 안고 자문한다. Show Must Go On의 명제를 위해 일정의 (아주 당연한) 지연 이후 수많은 제작진들의 사연을 안은 채 [갓 오브 워]는 이렇게 출시되었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리고 매년 이렇게 우리는 성공과 희열, 좌절과 절치부심을 안은 작품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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