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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조커]

trex 2019. 10. 5. 19:56

감독은 DCEU와 연계한 작품이 아니라는 설명도 했고, 참조한 코믹스가 없다고 말했지만 웬걸 이 정도면 고담 서사에 어느정도 아귀가 맞다. 배트맨 극장판의 서막을 본격적으로 연 팀 버튼 버전조차도 조커가 웨인 부부를 살해했다는 설정이었으니 코믹스 버전에 대한 충성은 새삼 무색한 일이다. 21세기에 들어 히스 레저 버전 조커와의 상호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새로운 조커는 감독의 입장이 어떻든 팬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자레드 레토 버전의 조커 따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형편이니 더더욱.

감독이 굳이 고담 서사를 빌어 조커를 소환한 것은 로버트 드 니로를 캐스팅한 것과 더불어 찰리 채플린의 영상과 음악을 가져온 것만으로도 현대 헐리우드 역사에 대한 예우와 트럼프를 탄생시킨 시대의 푸념이 엿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해자의 내면과 설명이 든든하게 받춰주는 이야기에 눈과 귀를 내밀었다는 점에서 위태로운 도덕적 유보를 낳는다. 물론 불편함은 언제나 현대 예술의 전제임을 나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전제에 비추어 오히려 작품에 내려앉는 상찬의 눈발은 부담스럽고, 끄덕이기엔 근심스럽다. 배우들의 호연과 사실 굳은 각오에 비해 그다지 위해하지 않은 폭력의 정도는 일부 근심을 덜게도 하지만, 빌런 메시아 탄생 이야기에 박수를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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