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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 하드 : 게임의 법칙]

trex 2019. 10. 13. 22:44

"발매일 해보고 제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반덴베르크는 10여 년 넘게 구상하고 수년간의 공정을 지닌 타이틀 [포 아너]의 완성 후,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한다. 매번 남들이 만들다가 공정을 놓은 타이틀을 수습하는 것으로 이력을 채우던 이 사람에게 인생의 꿈이 서린 게임이었고, 그의 비유를 빌자면 '대학 입학을 앞둔 자식' 같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정식 발매 4주를 앞두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과 프로듀서 스테판 카딘은 그를 이 프로젝트에서 뗀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포 아너]가 발매하는 시점 더 이상 작품은 제이슨의 자식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한다. 

게임의 역사나 게임 시장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이 작품이 그러하듯, 어제도 오늘도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무호흡증을 안고 있는 마케팅 담당자, 어린 자녀와의 유대에 절실함을 느끼는 제작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 [플레잉 하드]는 한 남자의 실패와 상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란도 총기 사고 등이 일어나는 국제 정세의 정국 아래 '폭력과 살인이 서린 게임'을 만드는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 게임이라는 쾌락 매체가 가진 본연의 즐거움과 그로 인해 세계관의 형성을 고민을 더욱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난처함이 잘 살아있다.

제작 공정 막바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의 잇따른 퇴사 행진곡, 멘탈 붕괴에 갑작스레 연락을 두절하고 출근하지 않는 프로듀서 등의 인간군상이 속 쓰리게 펼쳐진다. 물론 "그래도 너희들은 GOTY 후보에나마 오른 적도 있고 제법 팔았잖아!"라는 한국적 빈축을 세울 수도 있겠으나 매번 여러 가지 생각을 낳는 흡입력 있는 실화의 재미는 숨길 수 없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바삭 말라있는 드라이한 진실이 아닌, 실상 조성된 드라마가 스며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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