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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trex 2019. 12. 22. 19:38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당연히 현재형이다. 이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첫인상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에선 인터넷 개그를 통해 스타워즈의 펠퍼틴 황제 취급을 받았지만, 한참 비판받던 시절엔 - 하필 그가 독일 출신인 탓에 - ‘나치’로까지 불린 적도 있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쉬이 짐작하겠지만 보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교회 개혁을 대변하는 프란치스코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셈이다. 다만 이것은 일견 보기에 따라 그렇다는 것뿐이며, 현재 시점에선 교회 개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몇몇 발언 역시도 단순히 그를 개혁이라는 대변하기엔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렇듯 다루기 힘든 실제 인물의 스케치에 있어 감독은 과감히 극화의 형식을 끌어들인다. 다양한 각도로 평가가 가능한 인간적 품성에 대해 살며시 답을 얻으려는 시도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품격을 해치지 않는 조심스럽고 사려 깊음으로 접근한다. 나이가 제법 든 두 사람의 대화가 수없이 오가는 작품이라 행여 만연체 투성에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근심은 덜어도 된다. 실제 인물을 판박이처럼 재현한 두 배우의 외양은 물론이며, 두 인물의 품성까지 재현하기 위한 노력과 역량이 극 내내 빛을 발한다. 배우 연기하는 것 구경하는 맛만으로도 배부른 작품이다.

작품에 조금 더 비중이 할애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하는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 쪽이긴 하다. 극 전개의 중앙에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에 초점을 둔 것은 남미는 물론 전 지구적 폭력과 만행이 오갔던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고해이기도 하다. 완벽한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참회와 죄사함의 고난이 오갈 수밖에 없는 종교적 고민을 어렵지 않게(보기에 어렵지 않으나 깊은 고민을 대변하는 대목들) 보여준다. 21세기에 들어와 어린 성직자 성추행으로 얼룩진 현재 종교계의 반성을 대신 답해야 하는 몫은 베네딕토 16세를 맡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 쪽으로 넘어간다. 이는 군부 독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수없는 죄인들의 일을 드러내고 밝혀야 하는 종교계가 반드시 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두 교황]은 어떻게 보면 전임자와 후임자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사표 수리를 기다리고, 은퇴를 말해야 하는 난처함을 설명하는 직업 인간 군상 드라마이기도 하다. 베네딕토 쪽은 자신이 차마 얻지 못한 대중적 인기에 대해 못내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프렌치스코 쪽은 딱딱하고 완강한 상대편이 못내 아쉬워 설득하려는 접근을 조심스럽게 한다.

더 이상 신의 목소리가 전과 다른 톤으로 들리는 교황이 끝내 은퇴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높은 목소리를 내며 분노하는 대목들에서 앤서니 홉킨스는 실로 그 진가를 보여준다. 그래도 곡을 안정감 있게 쓰다듬고 편하게 우리를 안도시키며 데려가는 것은 조너선 프라이스의 힘이다. 이 뚜렷한 대비가 종교적 고민은 물론 배우 앙상블 영상물로써의 극을 관객으로부터 시선을 이끌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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