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김군] 본문
인문대학 야외 민주광장에서 심야 상영하던 5.18 다큐는 열화 된 VHS 영상, 외신 자료, 당시 흑백 자료들이 편집되어 시대의 거친 질감이 살아있던 작품이었다. 21세기에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이 518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실을 위한 규명 노력과 풀리지 않은 채 생생하게 숨 쉬는 질문은 유효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의기투합한 시민군을 북에서 날아온 괴뢰로 규정하는 지만원 교수 같은 이들이 버티고 있다면 더더욱.
광주 곳곳에 남아있는 메모리얼을 미처 둘러보지 못한 세대가 새삼 5,18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정의 내리지 못했기에 역으로 질문지의 목록과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은 더욱 생생하고 힘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규명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진실을 양지로 나오게 지연시키는 것은 당시의 자신과 집단을 지키고자 했던 익명성의 의지 때문이다. 이 아이러니의 본질이 5.18의 역사가 가진 거대한 비극성을 대변한다. 기억하고자 하나 되살아나는 삶의 진통은 방어적으로 기억을 덮고, 회고하고자 하나 낭만 할 수 있는 인생의 조각 대신 남은 것은 흉한 상혼뿐이다. 무엇보다 비극의 원흉들은 반성하지 않고, 원흉들의 유지를 이은 괴수들은 기록을 훼손하고 역사를 은닉한다.
빛고을 변두리 이발소에서 눈 감은 채 머리 한번 맘 놓고 감지 못하던 피해자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고통을 안은 채 살고 있고, 동시대의 후세대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VHS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에도 기록과 진실 규명의 의지가 유효함을 새삼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