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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는 <가짜 사나이>를 낳은 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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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는 <가짜 사나이>를 낳은 셈

trex 2020. 10. 13. 16:40

MBC가 방영한 <리얼 입대 프로젝트 : 진짜 사나이>(이하 진짜)가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의 <가짜 사나이>(이하 가짜)를 낳은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진짜> 쪽이 회차별로 다양한 출연진과 육군, 해병대, 해군 등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군생활 간접체험을 보여줬다면, <가짜> 쪽은 UDT/SEAL(해군 특수전전단)의 생식 주, 지옥주를 모티브와 콘셉트로 훈련기간의 간접체험을 집중해 보여주고 있다.

'리얼'을 내세웠지만 출발부터 시청자들의 '얼마나 잘하느냐'라는 시선을 실질적으로 전제와 재산으로 끌어안고, 시청률을 끌어 모았던 <진짜> 쪽은 한때는 이슈의 중심으로 몇몇 스타를 만들었지만 방송계에서 알게 모르게 퇴장한 바 있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위문공연을 보고 멍한 표정으로 환호하던 샘 해밍턴의 모습과 "히잉 -"이라는 발성 하나로 다음날 스트리밍 채널의 화제가 된 (전 걸스데이) 혜리의 존재는 <진짜>의 든든한 소득이 된 바 있다. 그 이후로 제2의 혜리라는 카드를 만들고 싶어 했던 제작진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반영되었던 김예원의 출연 같은 실패의 선례는 계속 누적되었고, 방송의 처음부터 따라오던 조소는 결과적으로 멈추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진짜>를 비웃는 대명사 격 표현이 '가짜 사나이'라는 수식이라는 사실은 차라리 희극으로 보인다. 이 수식을 계승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이 반어적 표현은 '리얼을 서두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정말 진하고 가혹한 군 훈련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여러 비호와 국민정서 안에서의 안정적인 환경이 아닌, 온실 속 출연자가 아닌 실로 성장하여 변모하는 캐릭터의 초상을 담는다' 등을 은연중 내세운 <가짜>의 독자적 위치를 보여준다. 

트위치 상당수와 아프리카 일부 소속의 MCN(멀티채널 네트워크) 활동 스트리머들이 모였던 <가짜>의 1부는 다분히 어찌 보면 <진짜>의 연상선으로 보였다. '변화하는 오합지졸' 서사는 그만큼 익숙했고, 한편으론 안전하기도 했다. 사회 속 구성원들에게 일부 '가혹행위'의 협의는 보였지만 대개는 이런 경우 본 프로그램 시청 '주 시청자'들 사이의 은연중의 동의가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진정한 리얼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필수 불가결한 험한 언어와 군 훈련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엄정한 위계질서 등은 폐지된 <진짜>가 미처 보여주지 못한 <가짜>만의 묘사이기도 한 것이었다. 

시즌 종료 이후 이른바 출연 스트리들에게 이른바 '시청률 꿀 빨기'와 상승이 현실화되었고, 일부 교관들은 각자의 면면으로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진짜>에 대한 쌓인 불만족은 <가짜>를 낳게 한 자양분이 되었다. 이제 이후의 상황은 사뭇 확장일로의 면모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블럭버스터의 위상에 가까워졌고, 행여 그 방향을 가지 않았기 바란 우려의 구체적인 확장판이 되었다.

시즌과 새 시즌 사이의 교관으로 출연한 일부 인물의 과거사가 문제가 되었지만, 사태(?)는 며칠 안에 가볍게 종식되었다. 한편 새 시즌 출연 스트리머 모집을 위한 응모와 심사, 면접 및 최종 결정이 이어졌는데 골조는 보다 실제 훈련에 가까운 난이도와 높아진 강도와 가혹함을 예고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시즌 본 시작 전부터 꾸준히 팀워크와 나의 희생이냐 팀의 생존이냐 같은 도덕적 딜레마 같은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질의하곤 했다. 그리고 현재 <가짜>는 시즌 2를 시작 후, 이미 예견된 숱한 관심과 역시나 일부 예견된 우려를 확인시켜 주며 진행 중이다.

그럴 줄 알았다며 조소하는 쪽, 이미 두 세 계단 위에서 바라보듯 관망하며 뱉는 쪽, 모든 이야기와 조각들을 주워 담아 뿌리는 쪽 등 인터넷 관련 논란에서 언제든 생기는 익숙한 광경이다. 여기에 언제나 군 입대와 병영 생활에 대한 어쩔 수 없이 붙게 되는 이중적인 광경의 양상 또한 충실히 재현된다. 스티브 유, 엠씨몽이 어느 한쪽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라면 이젠 공혁준, 가브리엘 등이 <가짜>에서 이랬더라 저랬더라 후일담을 주워 담기에도 네티즌들은 바쁘다. "너 인성에 문제 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는 밈이 되어 매드 무비를 낳고, '군대리아' 버거는 먹방 유튜버들이 하면 속에서 게걸스레 입가에 소스를 묻히는 또 하나의 소재로 보탬이 된다. 

출연한 교관 중 하나는 유튜브에서 '당신과 국가에게 군인은 무엇인가'를 묻기도 하고,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아마도 이 우려를 딛고 어떤 결말을 향해 갈지 회차를 거듭해 시청을 이어 갈 것이다. 어쨌거나 <진짜>는 <가짜>는 서로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이면서도, 어쨌거나 서로가 서로의 이유이자 영향의 결과임을 드러내며 탄생의 연원을 되짚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