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11. 23. 20:36

<구매 후 초기 작성 스레드>

‪하드웨어의 한계에 따른 그래픽과 로딩 문제, 기획과 설계에 따른 명백한 UI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수북하게 쌓인 서브 퀘스트 하나둘 까지도 세계관의 정서와 공기에 충실하다. 

무엇보다 위악적이고 인정머리 없는 진행이 가능한, 성인을 위한 욕구에 충실한 타이틀.


<금일 내용 추가 스레드>

영미권도 아닌, 동유럽에서 날아온 AAA급 RPG 대작이란 설정은 어쨌거나 낯설다. 

의기투합한 선인들이 뭉쳐서 우정과 연애 감정을 두고 세상에 기적을 행사하는 JRPG 대작과도 다르고 - 심지어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조차도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듯 - 게임을 시작한 내게 다가오는 것은 고전 화풍과 극사실주의가 교차하는 디자인. 주변의 수없이 지나가는 NPC들이 주인공인 나를 대개는 경멸하는, 자학적인 신선한 경험이었다.

거리와 왕국의 부끄러운 해결사인 나, 게롤트는 간소한 마법 한 두 가지와 딱딱한 도덕률 같은 얼마 안 되는 재산으로 지탱하다 암살도 하고, 야수들을 도륙하고, 구차한 일들을 하며 잠수도 하고 낙하하다 골절로 사망한다.

1편과 2편을 하지 않고 스토리와 세계관 주입도 안된 낯선 상태지만, 그 일들을 진행하다 어느새인가 나는 익숙해진다. 나는 내게 심적으로 의존하는 몇 안되는 일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고 혐오하는 몇몇 이들을 가급적 원하는 대로 처리해간다.

그때쯤 알게 된다. 끝을 봐야겠다는 다짐과 개조-인간인 내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초자연적 존재들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술 취한 취객의 토사물과 불륜 및 음모로 인해 교살당한 사람들의 혈흔이 왕국의 그림자 뒤편 여기저기에 남은 길바닥을 걸으며 탐정질을 하고, 퇴마를 하며 성장을 하고 몇몇 불편한 UI과 동시대 다른 게임에 비해 표 나게 다른 조작법을 견뎌낸다. 

심지어 옹호하게 된다...

그렇게 본편과 두 편의 DLC를 - [하츠 오브 스톤]/[블러드 앤 와인] - 온전히 끝냈고, 결과는? 게임은 잠시 종료 일지 모르나 이 패키지는 간직해야 할 물품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난 술을 전혀 못하지만, 이 왕국의 맥주와 와인을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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