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1. 7. 19. 12:16

홍상수의 작품에선 은근히 불편힌 죽음의 냄새가 드리 눕곤 했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필두로 그나마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도를 제외하곤 그의 작품 안에선 대체로 비통과 울컥함을 안고 엉킨 관계를 형성한 이들이 술을 마시고, 밀도 낮은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이 죽음 계열에서 어쩔 수 없이 감독과 배우의 사적 연루를 연상할 수밖에 없었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필연적으로 떠오르더라. [강변호텔] 역시 이런 연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극 중 김민희와 송선미의 대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한 남자에 대한 언급과 파국이 난 남녀 관계 이야긴 자연스럽게 홍상수의 작품에서 흔한 한숨을 유도한다. 여기에 극 중 관계망의 다른 축을 형성하는 권해효(아들 1)-유준상(아들 2)-기주봉(아버지)은 작품 안에서 앞서 말한 죽음을 대변하는 이들이다. 대사로 언급되는 양상으로 아버지 쪽은 가장으로서 책무에 소홀했던 정황이 보이고, 결과적으론 극의 파문인 돌연사로 퇴장할 인물이다. 이렇게 죽음을 자기 안에 끌어들일 그는 극 중의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 … 아름다우십니다 아니에요 정말 아름다우셔서 그래요'라는 수사를 민망할 정도로 남발하며 본인이 만든 시와 문학 언어로 헌사하기에 관람하는 우리들은 이런 광경으로 홍 감독 특유의 불편함을 수용해야만 한다. 

[강변호텔]은 예의 이런 작품인데, 역시나 쉽지 않은 해석과 수용을 낳는 대목은 바로 극 중 남녀를 묶는 마법 같은 얼개가 '죽음의 아버지'라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저 한두 번 인사말을 섞은 이의 돌연사로 인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 홍 감독 속 여인의 기구한 운명. 이런 이야길 태연하게 스크린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어쨌거나 그 사람만의 역랑이자 색채겠지.

 

+ 두 여성 캐틱터 사이를 묘사하는데 있어 퀴어적인 묘사가 있긴 한데, 그냥 감독 성향상 그 생각은 쏙 들어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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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솔빛시인 2021.07.25 08:52 신고  Addr  Edit/Del  Reply

    전 안 본지 꽤 됐는데 역시 여전하군요. 😅 전 그 불편함을 못 견디게 됐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