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D.P] 본문

원작을 맡은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는 지금도 볼 용기가 부족한 작품이다. 가족 중에 한 분이 암으로 인해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이 지금도 아픔으로 기억되기에 이를 변명 삼고 있긴 한데, 반면 이 작품의 원작 [D.P]는 잘 읽긴 했다. 군대 안의 진통은 만만하게 읽히더냐?라고 되묻는다면, 싱겁게 웃으며 화답할 듯하다. 입술이 얇게 생겨서 시비받은 현역 시절을 곱게 기억할리가. 아집과 꼬장, 쓸모없는 자존심이 충돌하던 한국 남성 사회의 흔적 모두 내게 경험이 있던 바다. 한마디로 짜증 나죠. 네.

원작은 내가 읽지 못한 [아만자] 쪽보단 잘 읽혔다. 군 생활 묘사의 드라이한 웃음의 감과 구조리의 쌉쌀함이 예의 마른 연출 안에 잘 살아있고, 영상 작품 역시 매한가지다. 특히나 하사관과 장교 출신 간부들 사이의 풀리지 않는 갈등은 작품의 주요 기조 중 하나이다. 그래도 그들이 하는 일이 체포와 징벌이 아닌, '탈영한 그들을 다시 잘 데리고 와야 한다'는 명제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이 읽혔다. 현실이 그 명제를 못 따라간다는 점이 맹점이겠지만.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현실은 다들 박훈정 감독의 조폭 장르 속 등장인물들처럼 폼만 잡고, 명분만 세우다 피바람 잔치만 벌리다 수습만 하기 바쁘다...)

작품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차이마타운], [땡반]을 연출한 창작자인데, 작품의 톤은 전자에 조금 더 가깝다. 후자의 결실이 전자를 못 따라가기도 하고, 실제로 전작에 출연한 조현철 배우의 역할이 [D.P] 안에서의 후반부 주제를 담고 있어서 유효하기도 하다.

구교환, 정해인 배우의 호연이 받춰주기도 했고, 짧은 넷플릭스 6부작이 은근히 힘과 여운을 발산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영상매체 종사자들은 정해인 배우를 보면, 머리를 깔끔하게 치고 바로 군복을 입히고 싶어 하는 걸까. [슬기로운 감옥생활]엔 영내 폭력사건에 연루된 장교 역할을 주더니 본작에선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