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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뭐라칸다/창의극장

엽편 : 구로다 히로가츠 단품 8,500원

trex 2022. 1. 6. 12:28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있다. 내가 다짐한 일은 이 간략한 정의를 '있었다'라는 과거형으로 명명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렇다. 이걸 남 사정 모르는 이들은 손쉽게 '남자 친구 걷어차기'라고 호명하더라. 그래 암튼 내가 오늘 그걸 하려고, 이 매정한 다짐을 최근 며칠간 고민했고 나의 결론은 한결같았다. 더 이상은 못 견딜 일이고, 어떻게 이해할 일일지는 난 모르나 저 판단이 맞다고 여긴다. 나는 이 연인 관계를 정리하고, 상대를 걷어찰 것이다.

이런 나만의 다짐과 사정을 아는 소수의 몇명이 말하더라. 도대체 무슨 큰 문제냐고-. 남자 친구가 테레그램을 통해 미성년 성착취에 가담해 결제액 보내고 이런 범죄에 가담하는, 천인공노할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앞으로 정혼을 앞두는 시점에 시댁 될 사람들이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남동생이 코인 투자에 빠쟈 헛돈 날릴 정도로 세상 물정 지나치게 천착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부모 될 사람들이 양자 결함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사이에 다소 필요 이상의 애착을 표해 그게 되려 부담될 캐릭터들도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 인물 됨됨이 정도도 아니라 그게 더 고마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냐 이렇게 내가 답할 수 있는 가장 간략한 답변은 무엇인가. 뭐냐면 남자친구가 재미없는 사람이다. 아니 그 정도 불만이냐...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기겠지. 그 정도면 남자 친구를 언제 한번 앉혀두고 솔직한 이야길 나누면 좀 자극도 받고 고쳐지지 않겠냐 하는 진솔한 충고도 실은 한두번들었다. 그런데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 못 고쳐 쓰는 게 섭리고, 센스 안 맞도 엇갈리는 것은 결코 단기간에 수정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튼 내 이야길 들어봐. 구로다 히로가츠 단품 8,500원이 대관절 무슨 이야기냐, 홍대입구역 인근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매장명이냐? 아니... 저게 뭐냐면 그 남자친구라는 작자가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야길 하다가 제 딴에 웃으라고 언급한 말도 안 되는 명칭이다. 

?... 난데없이 감독의 이름을 듣고 이름을 저렇게 고쳐서 기억에 담았다는 이상한 다짐을 했을 뿐더러, 하나도 웃기지 않은 저 이야기에 홀로 시시덕거리는 것에 멈추지 않았거니와 심지어 자진해 웃다가 그날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에 가격 8,500원까지 붙여 자신의 재치가 그럴싸하지 않냐는 기이한 공감을 유도했다. 내 절망이 당시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덧붙이자면 그는 생면부지의 타인의 이름에서 '고래'에 관련한 요리도 덧붙이게 좋겠다는 - 내 기준에선 - 정신 나간 언급까지 했었다. 국가와 사용 모국어도 다른 사람의 고유명사 가지고 할 농담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도 예의조차 챙기지 못한 사람이다. 제일 끔찍한 것은 이러나저러나 그 발상 자체에서 재미의 흔적은 눈꼽만큼도 없다는 점이다. 듣는 귀의 나팔관까지 드라이하게 만드는 저질 농담이었다. 당장에 집안사람 중에 비트코인에 환장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안도의 거리도 아니었다. 당장에 정체불명의 언급으로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이의 앞날 모두를 절망케 했다.

실은 한번은 기회를 줬다. 그래도 사람 사이의 도리가 있어 저런 사람의 의중이냐 듣겠단 심산으로 울어본 적이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냐며, 혹시나 그런 수준의 언급은 접을 생각이 있냐는 등의 질문을 했더랬다. 그의 답은... 그저 감독의 이름을 듣고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만든 그 역량과 성향은 아무 상관없이 바로 떠올랐단다. 돈가스가 떠올랐단다.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탐식의 안심 돈가스가....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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