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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trex 2022. 1. 8. 11:40

작품의 원안은 이 극을 처음 독립영화 형식의 SF로 만든 최항용 감독의 작품(2014)이다. 배우 정우성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장편의 비전을 발현한 모양이고, 그의 제작 주도와 넷플릭스를 통한 배급이 아시다시피 순항의 과정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월드와이드 배급을 통한 덕에 자연히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에서 내놓은 본작이 얼마나 차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지가 관건이었던 듯하다. 배두나와 공유 등의 넷플릭스 공무원(?...) 등의 출연진, [승리호] 이후 이곳에서의 SF라는 장르를 향한 시도 등 어설퍼도 어느 정도 사전에 관용을 전제로 한 듯한 분위기로 보였다. 한없이 어두운 암흑만이 존재하고, 사운드. 진동이 애초에 배제된 우주라는 낯설기만 한 공간은 [그래비티], [마션] 등의 작품을 통해 창작자들의 도전이 어렵게 기도되었던 곳이었다. 작품이 공개되자 예상대로 고증과 물리학적 오류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고, 이런 것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먹거리를 제공한 듯하다.

시청을 마친 내게 [고요의 바다]가 실패작이냐, 그래도 성취의 의의는 있다 등을 언급하는 것은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게 보였다. 내겐 그저 최근의 [돈 룩 업]에서 다룬 '혜성 충돌'을 앞둔 인류 공멸의 모티브처럼 이들 작품이 공히 환경 재앙을 통한 동시대를 향한 우려를 보였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비추는 것으로 보인 탓이다. 물의 행성으로 대표되는 이 행성, 이 행성에 도래한 물 부족의 재난, 그 재난을 해결해 줄 인류의 새로운 발견이 두둥실 저 편의 달이 품은 '고요의 바다' 월수였다니. 이 정도가 창작자가 발휘한 발상과 상상력의 디테일이다. 여기에 근 미래를 다룬 작품들이 자주 꺼내드는 복제 인간에 관계된 인권 테마가 스며들고, 더불어 보는 사람들에 따라선 [에일리언 2] 등의 코스믹 호러들까지 연상한 모양이다.

게임 [데드 스페이스] 같은 코스믹 호러 걸작들처럼 경천동지할 장면이나 총격씬의 액션 장면들이 나오진 않지만, 숙주를 통한 신체 변이와 사망, 약간의 피가 존재하기는 하다. [고요의 바다]의 주된 정서를 지배하는 것은 공포와 스릴러보다는 어떤 슬픔이다. 인류의 공영을 위해 개체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사람들의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이 과정에서 동료에게 총을 겨누는 개인과 PTSD, 여동생에게 달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정적이고 그저 순진했던 이공계 종사자의 태도, 무엇보다 지구와 달의 거리만큼 한없이 떨어져 있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의 사이 등 이렇게 작품은 누가 봐도 해피엔딩과는 있는 암울한 비전의 매듭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넷플릭스의 한국산 제작 드라마들은 - [오징어게임], [스위트 홈], [DP], 그리고 이 [고요의 바다] 등 - 내 입장에선 창작자들이 한국 사회와 이 나라의 구성원의 사유와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였다. 네. 이런 당연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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