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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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

trex 2021. 12. 13. 12:55

자연히 문득 생각하게 된다. 배우 이영애의 입지와 전환기를 만든 작품은 과연 [장금이]일까 [친절한 금자씨]일까. 구경이에 연관해 생각하자면 확실히 금자씨에 손을 들게 한다. 백 선생에 대한 복수심으로 수년간 설계한 계획으로 박찬욱식 '착한 유괴'에 대한 응답 같은 자신만의 윤리로 형언하기 힘든 눈물과 심판의 귀결을 만들었던 것이 수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경이와 대칭을 형성하는 이경의 괴물 같은 탄생은 어쩌면 필수불가결 해 보이는 장식이 있다. 한국 사회가 남성들을 중심에 위치시키는 과정과 그로 인한 관용과 방조의 과정에서 파생시킨 여성 피해자들의 희생들은 자연스럽게 '초법적인 심판의 대리인'을 필요로 했고, "죽여도 되지?"라고 되묻는 아이 이경은 천연스러운 미소로 여기저기 피를 야기할 수밖에. 이 기이한 자경단에 맞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별난 탐정' 구경이는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왔고, 어느새인가 이번 회차에 퇴장했다. 

매체 인터뷰를 보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마니아 이소라가 연쇄살인마와 대면했다면?'이라는 작가의 입장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의 아지트와 취향이 있는 내성적인 캐릭터 물로서도, 서브 컬처 선호 취향이라는, 흔치 않은 한국 창작물로도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다. 정치적 이유든 개인의 원성으로든 상상으로나마 법 집행 대리 노릇의 파워를 원하는 영상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괜찮은 대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극 마지막의 장난스러운 '특별출연' 언급 개그도 유니버스 환상 취향에도 부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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