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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이빨 [나의 먹이]

trex 2022. 4. 22. 07:44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에 원래 저렴하지만 마트에서 행사로 판매한 흔한 오이, 은근히 가격도 적합하고 상태가 양호한 것을 만나기에 운이 따르는 아보카도, 최적의 반숙을 만드는데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달걀, 여기에 곁들이는 주방에서 간략하게 만든 요거트와 살짝 얹는 치즈. 경기도 텃밭에서 직접 키우고 따온 큼직한 고구마.(얘가 정말 맛이 근사하다.  분명 기대 이상의 작물. 오븐에 넣고 해먹으면 거리 군고구마 보다 훌륭하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먹으면 제법 실한 식사가 된다. 이걸 태만하게 방치하지 않고 바로 설거지하면 제일 좋은 하루의 마무리다. 만약 여건과 기분이 허락한다면 로컬 막걸리나 3캔에 1만원 행사를 하는 편의점 맥주를 안주 없이 깔끔히 마시면 더욱 좋다.

이렇게 간략히 언급한 내용은 나름 경험 기반으로 정리하는 들개이빨 작가의 신간 [나의 먹이] 관련 목록이다. - 여기에 저자가 직접제조한 시큼한 맛의 효소빵과 수제 맥주의 맛을 추가하면 나름 세밀한 디테일이 만들어진다. - 기존에 웹툰과 드라마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작품인 [먹는 존재]의 작가가 이번에 세상에 내놓은 에세이집 [나의 먹이]는 작가의 익숙한 문체나 화법을 감안해도 나름 작정한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간 몇몇 웹툰 작품으로 조각처럼 짐작했을 그의 일상과 세상을 보는 울퉁불퉁한 내면의 표피,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우월한 이들에 대한 질투와 앞날에 대한 결심과 의욕의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 그와 닮은 이들을 위해 제안하는 자조적인 세상 안의 캐릭터성, '꿔보'에 대한 언급은 살며시 웃음을 준다. 이 언급에 대한 규정과 그에 대한 정체는 실제로 책에서 발견하시길. 잘난 이들 가득하고, 멋이 깃든 삶과 맛을 추구하는 세상 안에서 '꿔보'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팁도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같이 제공되는 일종의 만화 형식의 부록 <열등감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법>도 내실 있으니 잘 챙겨보시라. 이래저래 솔직함과 고민한 문장의 간결함이 공존하는 책 덕에 적지 않은 독자들은 그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다들 일상 속의 한 끼 챙겨 먹기, 자신의 먹이는 뭐였을까. 다들 잘 챙겨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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