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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병방위권]

trex 2022. 6. 16. 12:38

[13기병방위권]은 잘 알려지다시피 [오딘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드래곤즈 크라운], [오로로 무라마사] 등의 액션 RPG 라인업에서 수작을 내놓았던 바닐라웨어 소프트웨어의 근작이다. 출중한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웬일인지 알 수 없는 음식 묘사 디테일에 대한 출중한 장기를 발휘해왔으며, 여성 캐릭터 묘사에서 서브 컬처 팬층에게 지지를 받아온 곳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전형적인 서구 중세 무용담의 서사부터 사무라이극 등의 기반은 물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벨트스크롤 액션 RPG 같은 주변 장르의 화법을 수용해 나름 다양한 타입의 작품을 기획해 개발했었다. [13기병방위권]은 역시나 이런 움직임을 바탕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고, 제명처럼 13명의 캐릭터 군상의 스토리의 얼개를 엉키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력 있는 구성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들의 여전한 강점인 2D 일러스트와 캐릭터 배치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의 포인트로 [터미네이터] 같은 헐리우드 대중 걸작이나 이 게임의 본토가 그간 숱하게 만들어온 소위 특촬물의 전통 - 거대 괴수, 거대 로봇의 출현 -을 흡수해 발산하고 있다. 그로 인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이 안에서 [에반게리온]으로 대변되는 유사 서사들이 이 안에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고, (중년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붕대 감은' 상처투성이 파일럿 여학생) 넓게 보자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이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인 '리셋'과 '반복 플레이'의 코드를 이용한 화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와 결말을 간략히 적기엔 무리가 있으니, 접할 기회가 있다면 회상 편이라는 명칭으로 설명되는 스토리의 줄기와 더불어, 탐구 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전체의 맥락과 내막을 재확인 해보시길. 설득력이 높고 출중하다 하기엔 다소 무리는 있으나, 국가와 전 지구, 이를 넘어 우주.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설계한 배경의 설정 등에서 어쨌거나 공이 보인다.

반일까진 아니라도 원폭과 미국의 개입으로 대면되는 현대사의 상처, 패전국으로서의 컴플렉스가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가급적 플레이어마다 나름의 뚜렷한 입장이 있으면 좋을 듯. 최근 MCU의 [이터널스]에서 히로시마의 일을 인류가 기술의 발전으로 택한 대참상으로 설명한 대목도 떠오른다. 가뜩이나 21세기 들어서 지진 등의 일로 자국의 불행을 보는 시선이 여러 크리에이터들에 따라 여러 관점으로 묘사되는 그곳의 형편이니. 간략한 그래픽으로 묘사되는 '붕괴' 편의 액션들도 어쩌면 복잡한 심상을 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렇게 거론한 '붕괴' 편의 연출이나 형식의 한계에서 본작이 아쉬울 이들이 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톤이 나 같은 대중문화 애호가의 취향에서 익숙한 쿄토 애니메이션 류의 작품에 다주 나오는 학원물의 화법이니 보기에 따라선 친숙할 수도, 대론 그저 가볍게만 보일 수도. 이와 같은 다채로운 시도와 컬러가 한데 스며든 작품이다. 간략히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어쨌거나 재밌는 작품이었다. 최근 [디스코 엘리시움]과 더불어 텍스트와 정보량이 많은 게임에서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흡입력을 발휘해 팬층을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시아 크리에이터의 입장과 동구권 크리에이터의 관점 차이에 대해 짧게 생각해봤다. 창작은 어렵고 근사한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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