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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마더] 본문
[꽃보다 돼지껍데기, 원빈보다 세팍타크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쌉쌀한 맛의 톱밥이 수북한 사막의 모습일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질척거리고 끈끈한 거대한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천년이고 만년이고 기어다니는 거대한 행성의 모습일 것이다. 하단 포스팅 [관악산行]에 등장한 아이는 앞으로 나이가 먹어도 기뻐도 슬퍼도 신경질이 나도 화가 나도 엄마를 부를 것이다. 용돈을 구걸할 때나 사고를 칠 때나 배우자를 소개할 때나 질척한 두 남녀는 지리하게도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망 안에서 서로를 분리하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는 초법적인 존재다. 그녀는 아들의 타락을 못내 방조해주고 과오의 발걸음을 차분히 뒤따라오며 덮어줄 것이고 변화를 안쓰럽게 긍정해 줄 것이다. 봉준호는 이 초법적인 모성의 전제을 극단으로 밀고간다. 어떤 사람들은 [마더]를 [괴물]과 [설국열차]라는 거대 프로젝트 사이에 끼인 소품으로 인지하고 싶겠지만, 정말 소품은 [도쿄]의 에피소드일 뿐이며 [마더]는 그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여전히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또다른 어떤 사람들은 [살인의 추억]을 상기하며 애써 비교하고 싶겠지만 이런 비교우위 설정도 별로 도움은 안되는 듯 하다. [마더]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최근 박찬욱의 [박쥐]와 더불어 [마더]를 보고 느낀 점은 이 두 감독들이 점점 '계급의 문제'에서 '윤리학의 문제'로 시선을 옮기는 듯 한다는 인상이었다. [박쥐]는 빼도박도 못할 '러브멜로 영화'였고, [마더]는 - 어떤 의미에서 [괴물] 이후의 - '가족 영화'이지만 이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상당수의 대목들은 '판단의 준거와 선택, 윤리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불편한 기운을 형성하는 것은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인 선택의 문제, 그리고 은폐하기 보다는 대체로 드러내놓고 묘사하는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응시하게 만드는 카메라의 시선, 마지막으로는 떠받들기 쉬운 단어 중 하나였던 '모성'을 불경스럽게 훼손하려 드는 섹슈얼한 정서들이다.(니가 그러면 안돼지~ / 자고 갈려? 흐흐 같은 대사들, 그리고 하이얀 허벅지.)
[주옥 같이 엄선한 로케 장소를 넘나드는 엄마]
이 위태로운 영화 안에서 김혜자의 얼굴은 완전히 스펙터클인데, 그녀의 작은 체구가 보여주는 낯선 몸짓과 깜빡거리는 눈망울은 '바보 흉내'에 불과한 하찮은 연기를 펼치는 원빈과는 애초에 승부가 안된다. 영화는 친절하게 정보를 빵가루마냥 초반부터 흘리고, 이야기는 얼기설기 엉성하게 뭉쳐진다. 그러다 어느 지점부터 자연스레 '확' 터진다. 이후 기다리는 파국... 마지막에 모든 것을 포용하는 붉은 햇살은 지금껏 정면을 돌파해온 어머니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경이롭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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