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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문
[정유미짱(...)]
질척거리는 감정의 파장들이 기울이는 술잔에 의해 오고가는 마음의 전쟁들, 그 전쟁의 광경을 굳이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홍상수의 영화가 편할리가 없다. 웬만한 호러보다 무서운 광경일테고, 고어물보다 불편한 광경이겠지. 그래도 이 사람 많이 웃길줄 알게 되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기억하시는가. 거기서는 아예 사람 하나 죽어나갔다. 이젠 홍상수는 그러지는 않는다.
술자리는 더 많이 늘었고, 스쳐가는 여자들은 자주 물게 되는 담배처럼 빨고 핥고 싶은 - 자주 찾게 되는 - 욕구 대상들이다. 그녀들의 목소리톤, 가식적 호의와 욕구를 건드리는 수신호, 옷차림 등은 지리한 일상의 신경질을 잠재우는 자극체이다. 술 마신 후 뱉는 토악질과 성공한 수작질 후에 이어지는 전희의 비음 사이의 간격은 그렇게 멀지 않아 보인다. 탐색전, 상상, 그리고 정말 잠자리. 이 땅의 수많은 (메이저 시스템 지망생)에로영화 종사자들이 벤치마킹하고픈 디테일들이 즐비하다.
그동안 놓친 작품들이 하도 많아서 당장엔 기억나는 것은 [생활의 발견]의 구조였다. 두동강 난 이야기들은 거울 같이 서로를 비추지만 이제 감독의 디스코그래피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새로움은 옅어지고 홍상수의 그 이름(또는 악명)은 두터워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한 채 듣고픈 것만 듣고 '소기의 목적'에 닿으려는 문화놈팽이들의 손짓은 장도리질 하고플 정도로 밉살스럽다.
김태우가 초반에 문소리(목소리 출연)과 전화를 나누는 장면에선 [사과]를, 고현정과 하정우가 같은 컷에 자리잡으면 MBC 드라마 [히트]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흐흐 재밌군. 소설가 김연수도 나오는데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라서 첫눈에 못 알아본게 다행. 줌인과 롱테이크가 판을 치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씨네21 등이 실명(?) 거론되는 홍상수 회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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