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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또는 거대 '그냥' 팬무비.

trex 2009. 5. 24. 12:40
이미지는 김정대씨가 작성한 DVD프라임의 명 시리즈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인생과 작품세계에서 업어온 것임을 밝힙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1편 때도 그랬고, 2편 때도 그랬고 제임스 카메론 자신이 더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완결 형태의 이야기였다. 덧붙이고 확장시키고 싶은 욕망은 팬들과 자본의 것이었지만 누구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만이 이 이야기들의 틀을 쥔 적자라는 사실을. 그가 아니라면 그 뒤에 붙을 무엇이든간에 주석이든 인용 밖에 안될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돈맛 보고 싶은 제작자들의 설레임은 이 대사마저도 속편에의 욕망에 결부시켰다]


[하지만 이미 1편에서부터 자신이 직접 그린 스케치로 세계관을 확고하게 다진 제임스 카메론을 이길 자는 없었다.
4편에서 헌터 킬러는 더욱 탄탄해진 몸체로 인간들을 공격하지만 디지털 기술 과시 이상은 아니다.]


[2편 이후 정말 중요한 것은 더욱 강한 적이 신기술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기계들의 봉기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운명을 묵직하고 책임감 있게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다만 적절하게 수익을 벌었고 시리즈의 새로운 포문을 억지로나마나 열었다.]


[3편이 열어놓은 명제는 이러하다.
우리는 검찰수사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막기 위해 22일에 타임머신을 맞추고 임무를 완수한다.
하지만 22일 이후 언제라도 전 대통령의 - 23일 오전이 아니더라도 - '정치적 타살'은 예고된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예고의 무거운 실타래 안에서 인간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비극은 궤도를 다소 수정할 뿐 여전히 예정된 방향을 향해 진행한다.]


[제임스 카메론이 애초에 2편의 다른 엔딩을 위해 준비한 '노후한 사라 코너'와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존 코너'의 모습은 다른 평행 우주 안에 있거나 아니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3편은 멸망하는 인류와 운명을 체감한 두 남녀의 암울함, 그리고 조심스러운 희망을 제시하며
- 아무튼 제임스 카메론의 작업들이 닦아놓은 세계관 안에서 존 코너는 지도자가 되니까 - 마무리 된다.]


[4편은 우리가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존 코너는 여전히 어머니가 남긴 기록과 언어들의 주박에 묶여 있고
카일 리스와 인연을 맺어야 하고, 사이버다인은 T-800의 양산화 초기 과정에 들어간다.
다만 1편에서 번개가 치고 안개가 스물스물하던 전쟁터, 2.3편에서 좀더 물량이 투입된 푸른 톤의 전장에서
4편의 전장은 보다 '내란 보도 CNN 화면' 같아졌다.]

'살베이션'이라는 거룩한 영어 부제가 달린 4편이지만, 그것이 존 코너를 지칭하는 것인지, (불행하게도 존 코너를 진작에 압도한)마커스를 지칭하는 것인지, 소년 카일 리스를 지칭하는 것인지 흐릿하다. 3편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화면 인용(존 코너의 얼굴 상처, 바이크[들], 공장 안에서의 몸싸움 등)과 대사 인용, 심지어 음악 인용(스코어 인용과 건즈 앤 로지스!)으로 마치 자신이 1,2편의 적자라도 구는 이 4편에서 부족한 것은 보다 엄숙한 형태의 팬심이다. 미래전쟁의 시작은 결국 터미네이터판 '슈퍼맨 리턴즈'가 되지 못했다. 경애와 예우 대신에 4편이 택한 길은 오려내기와 붙이기와 '5편 누가 하실래요?'라는 공지문 뿐이다.


4편은 '스탠 윈스턴'에게 헌정되었다. 실로 당연한 일. 4편에서 마음에 든 것은 거대한 20미터짜리 하베스터와 모토 터미네이터 같은 신규 유닛 보다 간만에 '잘 안 죽는 놈'의 근성으로 돌아온 T-800의 집요함이다. T-800의 몸짓을 만든 스탠 윈스턴이 지금 없다는 것 역시 이 세상의 비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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